철광석 실은 노후선박, ‘30년 선령 연장’ 아니라면 운항할 수 없는 배
생존자는 필리핀 선원 2명뿐, 한국인 8명 등 22명 아직도 실종상태

후평초등학교, 강원중학교, 사대부고, 강원대학교를 다닌 춘천 시민 허재용(35·개명 전 이름 허남욱)씨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로 대서양에서 실종된 지 2년이 넘었다. 실종자 허 씨는 강원대 법대를 나와 부산에 있는 선박회사에 들어가 2등 항해사로 해당 선박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고 후 후평동에 살던 어머니 이영문 씨는 서울로 거처를 옮겨 실종자의 누나 허경주 씨와 진상 규명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다.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 예산안 통과로 1차 심해 수색이 진행됐지만 미흡했던 문제점이 발견되며 실종자 가족은 재수색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5일 춘천시청 이재수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허영 도당위원장을 만나 2차 수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지를 부탁하며 격려 서명을 받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중 한 명인 허재용 씨는 춘천에서 모든 학교를 나온 춘천시민이다. 사고 후 2년이 지났지만 실종자 행방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족들은 정부에 2차 수색을 요청하며 춘천시 이재수 시장을 만나 격려서명을 받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중 한 명인 허재용 씨는 춘천에서 모든 학교를 나온 춘천시민이다. 사고 후 2년이 지났지만 실종자 행방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족들은 정부에 2차 수색을 요청하며 춘천시 이재수 시장을 만나 격려서명을 받았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부산의 폴라리스쉬핑(회장 김완중)소속 벌크선박이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오래된 선박을 사들여 중국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한 노후 선박이다. 25년이나 된 선박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30년 선령 연장’이 아니었으면 바다에서 떠다닐 수 없는 배였다. 이 선박은 사고발생 3일 전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침수가 시작 돼 5분 만에 빠르게 가라앉았다. 생존자는 필리핀 선원 2명뿐이고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의 선원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침몰사고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민원 1호로 책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박 심해 수색은 2018년 8월 최종 결정되고 올해 2월 17일에 이뤄졌다.

늦은 수색 개시에도 불구하고 3일 만에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됐다. 실종 선원의 행방과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담겼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년 동안 잠겨 있던 블랙박스는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2월 21일 외교부는 수색 과정에서 파편 물 주변 해저에서 사람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유해 일부는 수색 업체와 ‘수습에 대한 계약 내용이 없었다’는 이유로 수습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수색 영상·사진 자료도 만들어놓지 않아 원인 파악이 어렵게 되자 유가족은 ‘2차 수색 요청’을 진행하고 나섰다.

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면서 허 씨의 누나인 허경주 씨는 “국가는 국민 한 명 한 명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불의한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이 국가의 책임이지만 사고 초, 당시 황교안 대행 시기에 사고를 덮기에 급급했다”며 “사고 선사는 사고를 자연재해로 둔갑시켜 440억원의 보험금을 타내 사업을 확장했고 스텔라데이지호처럼 다수의 불안한 선박을 운영하며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재 수색을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이 씨는 “춘천 지역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역질문에 춘천에서의 도움은 포기했었다”는 경험을 말하면서도 2차 심해 수색을 위해 춘천시민들이 관심이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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