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NASA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에 제프 베조스(Jeff Bezos), 엘론 머스크(Elon Musk),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세 명의 억만장자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주를 모험 가득한 놀이터로 삼았던 소년들이 우주비행 기업을 세워 비즈니스로 연결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제프 베조스는 비밀리에 시애틀 인근에 우주비행 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을 설립했다. 그가 우주산업에 뛰어들면서 내건 슬로건은 라틴어 ‘그라다팀 페로키테르(Gradatim Ferociter)’, 한 걸음씩 맹렬하게(Step by Step, Ferociously)다. 독일 베를린시 크기에 맞먹는 터를 텍사스주 서부 끝자락에 있는 신생 벤처기업에 쾌척하고,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사막에는 자신만의 우주정거장도 건설했다. 그가 고용한 첫 직원은 SF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

제프 베조스의 목표는 발사할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이 아니라 발사한 뒤 수거해 다시 쓸 수 있는 재활용 로켓을 만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펼치는 우주관광 사업이다. “우주에 많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호텔과 놀이공원을 만들겠다”는 고교시절의 꿈과 “늙으면 화성에 가서 임종을 맞겠다”고 수시로 던지는 농담의 연장선이다. 

지난 5월 블루오리진의 로켓과 우주선이 우주 경계선으로 알려진 카르만 라인(고도 100km)을 살짝 넘었다(106km)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에 발을 내디딘 최초의 미국인 앨런 셰퍼드(Alan Shepard)의 이름을 딴 우주여객선 뉴셰퍼드(New Shepard)는 발사 뒤 비행 중에 로켓과 캡슐형 우주선이 분리되고, 미션을 완수하면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인간의 조종을 거치지 않고 단 한 명의 승무원도 없이 홀로 비행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프 베조스가 누군가? 처음 세우는 목표는 손해, 그리곤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한 뒤 고객을 그의 울타리 안에 가둬 길들여버린다는 아마존(amazon)의 창업자가 아닌가! 아마존 로고에 있는 a와 z를 연결하는 웃는 입 모양의 화살표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 팔겠다는 상징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커머스, UPS와 FedEx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진 물류, 식료품, 패션,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업계의 모든 기본 규칙을 갈아엎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맹렬하게.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그가 우주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우주 탐사선을 태양계 행성 전체에 보내겠다고 선언한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안에 유인(有人) 시험비행을 하고 2020년대 초반에는 우주여행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6명의 우주여행자들은 4~5분 동안 지상 50~100km의 준궤도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끽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우주공간에서는 창문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총 비행시간 11분 남짓에 이루어진다. 

스페이스엑스(Space X)의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기지를 구축해 식민지를 건설하고, 최종적으로는 독자적 문명을 세우려 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이 내놓은 스페이스십2 여행상품은 아직 시험비행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700여 명이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에 상당하는 우주비행 티켓을 예약한 상태라고 한다. 

억만장자들의 모험 앞에 우리의 꿈이 초라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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