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연구·교육·공연이 ‘한 큐’에 이뤄진다던 당초의 정체성과 한참 멀어
전문성 떨어진 설계,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지어 소극장으로 쓰는 격”
공연장·연습실·부속실 등 5층 이상 건물 지어 시·도가 층별로 나누기로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부지에 짓겠다는 창작지원센터가 강원도의 문화커뮤니티 공간과 합쳐지며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무대 제작과 교육, 연구 등이 한 장소에서 이뤄져 한국의 예술가들이 찾아 올 만 한 창작지원센타를 짓겠다는 계획은 최근 수차례 수정을 거쳐 강원도 예술단체 사무실과 연습실 공연장 등 평범한 커뮤니티 센터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현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이재수 춘천시장은 춘천시를 ‘문화특별시’로 표방하며 ‘창작종합지원센터(가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당선 직후 8월 7일 시청에서 열린 민선7기 ‘원팀 비전 토론회’에서 센터 설립을 밝히고 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문순 지사는 같은 장소에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건립을 요청했다. 

춘천시가 말하는 창작지원센터의 정체성은 올 초 《노컷뉴스(2019.1.10.)》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전국 최고의 센터를 추진할 계획인가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대한 이 시장의 대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 모든 예술가들을 부를 목적으로 센터를 설립, 연구·시연, 레지던스 등 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답했다.

7월 강원도가 설계한 가칭 강원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춘천 창작종합지원센터)의 설계도를 보면 공연장과 연습실, 도 산하 예술단체 부속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창작스튜디오도 포함됐지만 당초 시가 발표한 종합창작지원센터의 개념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7월 강원도가 설계한 가칭 강원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춘천 창작종합지원센터)의 설계도를 보면 공연장과 연습실, 도 산하 예술단체 부속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창작스튜디오도 포함됐지만 당초 시가 발표한 종합창작지원센터의 개념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즉 콘텐츠, 무대 제작, 교육 및 연구 그리고 공연 등이 한곳에서 이뤄져 공연예술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애초 설계였다. 강원도의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는 도 산하 예술단체들이 입주하는 사무실과 연습·공연 공간으로 이뤄진 평범한 센터였다. 대한민국에 없던 모델을 구축하려는 원대한 꿈엔 강원도의 지원이 필요했고 시는 성격이 다른 도 센터건립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창작지원센터 TF팀…딱 한 번 회의 끝으로 더 이상 만남도 없어

2018년 말 시는 센터 설립을 위한 용역발주 사업비 2억원을 확보했지만 도의 설계용역을 따랐다. 즉 사업추진 용역은 강원도가 실시했고 창작지원센터라는 더 큰 사업을 구상하던 춘천시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도와 시에서 각각 위촉한 전문가 3명, 공무원 2명씩으로 구성된 총 10명의 TF팀도 꾸려졌었다. 그러나 사업논의가 시작된 초기 딱 한 번의 회의를 끝으로 전문가들의 만남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시 측에선 센터 건립의 담당부서였던 문화도시남북협력추진단의 담당 공무원이 약 4차례에 걸쳐 도에 의견을 전달해 계획안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가 배제된 춘천의 창작지원센터의 밑그림이 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센터의 담당부서는 문화예술과로 이전된 상태다. 

현재 센터 계획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정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지만 최근의 대략적인 센터의 윤곽을 살펴보면 약 8천200평 대지에 공연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분류 된 지하1층 지상 4층 건물이며 연면적은 약 9천 평으로 추산된다. 주요 용도는 문화재단과 도립극단, 도립무용단 등 시·도 산하 예술단체 사무실과 연습실, 500석 이상 규모 공연장 등 이다. 

춘천에는 3개의 대형 대관 공연장이 있고 몸짓 극장도 있는 상태다. 춘천 한가운데 새로이 대형 극장을 짓는 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전문성이 떨어진 극장 설계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에서 설계 한 공연장설계도를 살펴본 한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는 “설계상으로는 오페라 극장처럼 보이지만 객석과 시각선 확보가 부족하고 무용, 연극, 국악홀 등으로 쓰기에는 무대가 너무 크다”면서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 소극장에 어울리는 공연을 올리고자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 전했다. 

현 시점까지 창작지원센터의 주요 개념들은 대부분 빠지거나 대폭 축소된 반면 사용 용도와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오페라극장과 도 산하 예술단체를 위한 부속실은 차질 없이 구성이 됐다.

이에 대해 시는 “무대제작과 교육에 대한 부분이 빠지게 된 것은 무대제작소가 상업시설로 분류돼 공원인 캠프페이지에 들어올 수 없다는 법적 제약 때문”이라 밝혔다. 하지만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하면 ‘조명, 음향 등 무대 제작 설치 및 운영’은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으로 분류 돼 있어 시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 시 관계자는 지난 1일 “약 열흘 전 도에서 열린 중간보고에서 춘천의 의도를 분명히 전해 애초 두개의 극장 설계에서 하나는 빼기로 했다”고 전했다. “입주 예정이었던 시 문화재단이 빠지면서 더욱 넓은 공간이 확보됐으므로 계획된 용역을 실시해 창작공간으로 채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애초 창작지원센터에 설계됐던 무대 제작소와 교육을 위한 공간은 추후 적합한 장소를 선택해 주친 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대한민국 예술가들이 몰려올만한 무대 제작·연구·교육·공연이 ‘한 큐’에 이뤄지는 창작지원센터를 짓겟다는 이 시장의 공약은 실천되지 못하거나 변경될 기로에 놓였다. 

시의 의견이 반영된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도 중심 건물에 공간만 확보하는 양상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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