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말 그대로 파면 팔수록 더 가관인 상황이다. 2013년 10월 최문순 도시자가 강원도의회 본회의에서 ‘강원도의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한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가림으로 또 다른 눈가림을 덮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달 23일부터 단식 투쟁을 시작한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업에는 ‘한 푼’도 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2천140억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나 사업 철회는커녕 잘못을 또 다른 잘못으로 덮어 일을 더욱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끌고 들어가는 듯이 보인다. 두 번의 포괄적 협약이 그 내용이다.

세 번의 착공식을 거쳐도 공사가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자 레고랜드 공사를 국내기업에서 레고랜드 본사 격인 멀린사에 맡기게 된다. 국내 기업이 공사비 투자를 안 하는 상황에서 멀린사가 공사까지 맡아준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최 지사는 도의원들을 설득했다. 멀린사가 본 공사 예상액 2천600억원 가운데 1천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총괄개발협약(MDA)이라는 방식이라는 데 계약 내용을 밖으로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해서 도의원들은 계약 내용도 알지 못한 채 깜깜이 승인을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계약 내용을 알고 보니 총괄개발협약이란 실은 ‘당신들의 선의를 믿으니 알아서 잘 해주십시오’와 다르지 않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선의는 없었다. 1천50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공사를 하기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와 STX건설이 이미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멀린사는 현대건설과 계약을 새로이 체결한다. MDA상의 2천600억원은 위약에 관한 제재 따위와는 관련 없는 그냥 숫자에 불과했다. 멀린사는 2천600억원이 아니라 1천384억원으로 현대건설과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자신들의 사업비는 축소되었음에도 강원도가 본래 내기로 한 돈 800억원은 다 내놓으라고 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이야기하는 노예계약이라 해서 결코 지나치지 않은 내용이다.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맞게 된 STX건설이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무마하고자 현대건설과 계약했던 기반시설 및 복토공사 450억원과 새로이 주차장, 유적공원, 경관공사를 합쳐 400억원을 STX건설에 발주하기로 합의했다고 도가 발표했다. 이에 더해 매각매상 부지 가운데 휴양형 리조트사업 부지(5만8천688㎡)를 STX에 팔기로 했다. STX는 여기에 약 3천억원 규모의 관련사업을 추진한다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는 포괄적 합의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나 벌칙이 가해진다는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도의회의 야당의원들이 지적했듯이 세금을 써서 하는 공사를 할 때 공개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수천만 원 수준의 소액으로 한정되어 있어 이 또한 위반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도는 STX와의 문제가 해결되었고 멀린사가 2천600억원의 투자를 하지 않을 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확약서도 받아 놓은 상태라서 앞으로 레고랜드 사업이 순항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를 볼 때 미덥지 않다. 지금이라도 당장 레고랜드 사업을 멈추는 것이 손해를 더 늘리지 않는 방책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도는 STX와의 계약서, 멀린사와의 확약서, 그리고 그 문건들의 법적효력에 대해 즉각 공개해야 하겠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