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건설·주변개발로 서식지 좁아지고 개체수 줄어
고사위험 나무, 배설물 악취…주민과 상생방안 절실

동면 만천리 지역은 1960년대 이후 댐으로 인한 인공호수가 생기자 백로와 왜가리의 개체수가 꾸준히 늘어났다. 1982년 강원도 기념물 제44호로 지정 될 당시 확인된 개체 수는 약 2천5백 마리였다. 3월 중순부터 날아온 왜가리는 봄에 알을 낳고 부화시켜 10월까지 장거리 여행준비를 마친 후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소나무 정상에 둥지를 틀고 사는 하얀 왜가리 떼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진작가의 단골 주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천리의 아름다웠던 왜가리 서식지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만천리 외곽도로와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근처 소나무가 잘려나가며 서식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로와 주변 개발로 좁아져 가는 만천리 왜가리 서식지. 배설물 냄새를 줄이고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방법 논의가 필요하다.
도로와 주변 개발로 좁아져 가는 만천리 왜가리 서식지. 배설물 냄새를 줄이고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방법 논의가 필요하다.

기념물로 지정 당시 2천 500마리에서 3천 마리 가량으로 파악되던 개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식지가 줄면서 왜가리 개체수가 주는 것도 문제지만 서식지에서 발생하는 지독한 냄새는 주민에게도 고통이다.

장마가 지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서식지에 들어서면 코를 막고 싶을 정도로 냄새가 진동한다. 배설물의 냄새와 20m높이의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가 다치거나 굶어죽어 부패해 나는 냄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둥지를 튼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용역을 실시해 개체 수를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냄새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주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근처 식당을 경영하는 A씨는 “근처에서 냄새가 나지만 왜가리들이 떨어져 죽거나 먹이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더 안타깝다”면서 철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전했다.

또 한 지역주민은 지난 6월 춘천시청 홈페이지 ‘봄의 대화’를 통해 번식지 일대에 휀스를 치고 물청소해야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필요성을 느끼나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면서 “기념물로 지정된 곳이긴 하지만 사유지라 적극적인 관리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일상관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고 “번식지 주변으로 휀스를 치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지만 왜가리가 저공비행을 하면 치명적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고사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나무와 서식지가 좁혀지는 왜가리, 냄새로 갈등이 있어도 왜가리 생존을 우려하는 주민들 간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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