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초라한 무대 사양”…관객 “저질 음질 귀에 거슬려”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갔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불투명’ 사업

한때 유럽 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버스킹이 홍대나 사람이 많은 광장 등지에서 유행을 타며 우리나라도 버스킹으로 데뷔를 하는 음악가가 생길정도로 대중화 됐다. 

이미 유명세를 탄 ‘장미여관’같은 밴드도 ‘진정한 공연의 묘미는 버스킹에 있다’면서 길거리 공연의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 춘천시도 올해부터 문화도시의 일환으로 ‘버스킹 시티’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인 4·5·6월에 이미 150회 이상의 공연이 춘천 일대에서 펼쳐졌고 더위로 야외공연이 어려운 7·8월은 시청 로비에서 주 3회 진행된다. 하반기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춘천시청 로비에서는 민원인과 공무원을 위한 버스킹 공연이 점심시간 마다 주 3회 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점심시간.
춘천시청 로비에서는 민원인과 공무원을 위한 버스킹 공연이 점심시간 마다 주 3회 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점심시간.

공연자 한 명 당 5만원이 지원되는 이 사업은 그 기대효과가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버스킹 횟수에 따라 이를 즐기는 시민이 늘어나는 효과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상황이 어려운 음악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비용이 지급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사업의 혜택이 돌아갔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3인조 밴드는 공연자 모집에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면서 “앰프를 가져가고 무대를 살피고 해야 하는데 5만원이라는 돈으로 하기는 부적합 했고 즐거울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금액과 상관없이 신청했겠지만 공연자가 초라해 지는 무대는 돈을 떠나 사양하고 싶었다”는 심정을 전했다. 

점심시간대 무대 앞을 지나던 한 공무원은 “공연을 하는 것 같아 보려고 했는데 노래 실력은 모르겠고 음질이 귀에 너무 거슬려 자리를 빨리 떴다”면서 다음공연에 대한 기대도 없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를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담당공무원은 “공연을 보고 있을 때 한 시민이 ‘즐겁게 봤는데 언제 또 하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담당자는 “아직 버스킹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하반기에는 좀 더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하고자 노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스킹은 무료 공연이라서 보는 게 아니고 귀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양질의 공연일 때 자발적으로 무대 앞에 서는 것이다. 연주자는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해 그들의 발길을 잡고 만족스런 관객의 눈빛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지속적으로 진행할 사업이라면 공연 수 보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을 선정해 그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홍보와 관리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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