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방송 알바를 하면서 고3때 가졌던 연극영화과에 대한 동경이 다시금 마음 한쪽에서 타오르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만류로 접었던 꿈을 다시 한 번 도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영화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었고 늦게 시작하는 영화공부라 현장실습보다는 학문적으로 접근해 기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력고사 세대인 나는 수능이라는 (그 당시에) 이상한 시험 제도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무리해서라도 유학을 가는 쪽으로 정하고는 전 세계에 소문이 난 명문 영화학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같이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 세계 영화학교의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영화학교들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나의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결혼자금을 미리 빌려서 가는 유학이라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학교를 선택하기 전 나는 내 자신의 컨디션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했다. 우선 내가 영화 안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학교가 내가 원하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교수와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등이 내가 학교를 선택할 중요한 요건들이였다. 잠시 영화학교를 나온 선배로써 첨언을 하자면 영화에 뜻을 두고 있는 후배님들이 영화학교를 선택할 때 지역과 점수가 아닌 자신의 꿈을 위해 같이 고민해줄 전공 교수가 있는지 여부와 수업 커리큘럼을 잘 따져보고 학교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에서 십년이상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이렇게 학교를 찾다 보니 선진화된 영화촬영기술 중심 교육을 하고 있는 선진국보다는 영화의 근본적 질문에 고민을 하고 교육을 하는 동유럽 학교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학교들 중 폴란드 우츠영화학교, 체코 파무영화학교, 러시아 국립영화학교 등 동유럽 학교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들 학교는 세계2차 대전이 끝나고 영화가 사회주의를 홍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판단한 소련 공산당의 명령 아래 소련의 위성국가인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사회주의 국가들에 영화학교가 세워지게 된다. 이렇게 설립된 영화학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고 많은 엘리트 학생들이 모이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학교 학생들은 공산당의 생각과 다르게 억압적인 정권의 통제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녹여내고 인간의 본질을 사고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졸업 후 세계의 영화역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로 성장하였다. <뻐구기 둥지위를 날아간새>,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을 연출한 체코의 밀로스 포먼 감독과 <십계>, <베로리카의 이중생활>, <세가지색 블루 레드 화이트 삼부작>을 연출한 폴란드 크쥐시도프 키에스롭스키 감독, <거울>, <희생>, <노스탤지어>를 연출한 러시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게 하는 거장들이 동유럽 영화학교 출신들이다. 나는 미련하게도 이런 거장들이 다녔던 학교를 내가 선택해서 갈수 있을 거라는 단순하고 행복한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다. 얼마 후 키에스롭스키의 영화에 푹 빠져 있던 나는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 교장으로 키에스롭스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폴란드행 비행기에 용감히 몸을 실었다.

키워드
#영화학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