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비하는 봉사자 권영승 씨

봉사 왕, 프리랜서 강사, 김유정문학촌 해설사, 베스트셀러 작가, 가스 회사 기술이사…. 그의 직함 타이틀이 너무나 많기에 인터뷰 첫 질문은 ‘누구세요?’였다. 어떻게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보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입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꿈을 꾸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늘 깨어 있으려고 합니다. 깨어 있는 방법이 배움이었습니다. 배움이 꿈을 만들고 그 꿈이 또 다른 배움이 되어 삶이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꿈의 구체적인 모습을 물으니 크게 두 가지라고 답한다.

권영승 씨
권영승 씨

나눔과 배려가 있는 자원봉사자로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현재 가입한 봉사단체가 10개 정도란다. 몇 개만이라도 소개를 부탁했다. 나눔 교육사로 강원도광역지역센터와 연계된 경로당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김유정문학촌에서의 해설사 이야기도 해주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100여개 문학관 중 김유정문학촌의 누적 관람객 수는 전국 1위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곳에서 명품해설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는 그. 자원봉사센터와 행정복지센터에서 의뢰를 받아 나가는 집수리 봉사도 있다. 보냉가설(보일러, 냉동, 가스, 설비) 활동을 하며 만난 이야기도 나누었다. 보람과 기쁨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이 접한다고. 몇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이 지면에는 쓰지 않기로 했다. 그 아픈 이야기들이 공개되어 불편함으로, 또 다른 아픔으로 전해질까 봐 아주 조심스러워 했다(책에 쓸 때도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세심한 배려가 참 귀하다.

인터뷰 중반부로 가니 그의 계속되는 꿈이 봉사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넘어간다. 1986년에 가스 배달을 시작하며 50~60대가 되어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했단다.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개발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노년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을 테니 가스배달을 계속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해서 제가 몸담고 있는 LPG가스는 시장성이 낮아졌죠. 정말 이것저것을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었다가 잃어버리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죠. 사람은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가는 존재잖아요. 이 세상에 내 것은 없구나! 그래서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며 작은 울림이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단다. 강의 중 한 단어, 한 문장, 한 가지 언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 내가 했음을 강조하는 사회 풍조에서 ‘우리가 했음’을 기뻐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지기를 소원한다고. 

앞으로 누구이길 바라냐고 물었다. 

“온전히 저이고 싶습니다(웃음). 그런 저는 자원봉사나 프리랜서 강사로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만들어 가는 일에 작은 보탬이 되고 있겠죠. 선한 영향력이 저의 가장 큰 성장 무기입니다. 새로운 나를 맞이할 세상을 기대하는 것이 제 희망이고요. 살아오면서 겪었던 고난들이 낮은 자세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에 제 재산입니다. 저만의 고난과 성장, 무기 그리고 희망이 어우러져 앞으로의 저를 다듬어 가고 있을 겁니다.”

‘헬조선’이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로서 책임이 있음을 고백했다. 내 자녀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때 편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한단다. 자녀 세대를 신뢰해주고 기성세대인 그 스스로는 사회에 최대한 환원하고 싶다고. 

“선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내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있을까? 춘천과 대한민국에 선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미치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들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며 지금까지가 아닌 지금부터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일 잠자리에 들 때 ‘감사합니다’를 10번 말하고 잡니다. 내일은 또 어떤 감사가 있을지 매일 기대하게 됩니다.”

김유정문학촌에서 해설봉사하는 권영승 씨. 사진=권영승
김유정문학촌에서 해설봉사하는 권영승 씨.       사진=권영승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하는 오늘 아침 그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뜨거운 여름날 쏟아지는 비를 고마워하는 이유는 메마른 땅에 희망을 내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한주도 희망을 많이 전달하기를 소망합니다.’

그에게서는 꿈과 희망, 나눔 그리고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갈망이 느껴진다. 그 깊고 진심어린 실천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을까. 남은 인생이 더 따뜻하게 빛나기를 꿈꾼다는 그의 바람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퍼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늘 배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내서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음을,

물방울처럼 작은 힘도 함께 모이면
깊고 큰 사랑의 바다를 이룰 수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늘 기뻐합니다
서로 참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에만
활짝 열리는 사랑과 우정의 열매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는 축복을,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은혜를 
함께 기뻐합니다
(지난 4월 출간한 그의 저서 《나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가 준비하고 있는가》에서 이해인 시인 글 일부 발췌)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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