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로써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마치 선하고 친환경적인 것처럼 들린다.

지난 5월 10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승차공유 플랫폼 기업 우버(Uber)가 단숨에 820억달러(약 97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등장했다. 이는 미 증시 사상 8번째 큰 공모 규모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해 페이스북(845억달러), 알파벳(839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824억달러), 알리바바(820억달러) 등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에 육박하고 현대자동차(27조)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둘러보면 온 세상이 공유경제다. 애플과 함께 미국 증시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플랫폼 경제는 네트워크를 선점한 쪽이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시장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경제는 노동자와 비전통적인 노동계약을 맺기에 노동 조건은 단기화·파편화하고 사회적 보호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 주지 못한다. 

우버 기업공개(IPO)와 증시 데뷔를 앞두고 차량호출 서비스 업계 1, 2위 우버와 리프트 기사들이 전 세계에서 벌인 글로벌 동맹파업은 그 쓸쓸한 그림자다. 그들은 우버 CEO가 연봉 4천3백만달러(516억)의 돈 잔치를 벌이는 동안 기사들은 시간당 9달러의 수입 뿐,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나 건강보험, 연금 등의 복지 혜택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기업의 자본은 임금노동자를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모두 차지한다. 협동조합의 노동은 자본을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모두 차지한다.”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에 관한 책을 쓴 조지 홀리요크(George Jacob Holyoake)가  협동조합과 자본기업의 차이를 드러내며 한 줄로 요약한 자본가의 욕망과 노동자의 꿈이다. 공유경제 플랫폼 기업이 협동에 가까운 공유로 포장했지만 상장된 이상 매 분기 실적을 공개해야 하고 투자자들의 이익에 신경을 쓰려면 앞으로도 욕망과 꿈을 공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혹은 경력을 쌓고자 열정 페이를 받아들이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약탈경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노동자 처우 기준을 자의적으로 세우거나 과도한 노동 감시가 일상화된 기업, 답을 정해 놓고 소통하는 관리자들이 변하지 않는 한 공유경제는 약탈경제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뉴욕대 뉴스쿨 문화미디어 교수인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가 말하는 플랫폼 협동조합 10 원칙 중 몇 개가 살아있는지 체크해보면 당신 직장의 건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소유한다.
2. 적정한 급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한다.
3. 운영과 데이터 관리를 투명하게 한다.
4. 일하는 사람과 소통을 강화한다.
5. 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
6. 법률적 보호를 제공한다.
7. 이동이 잦은 노동자에게도 사회보장을 제공한다.
8. 자의적 노동자 처우를 금지한다.
9. 과도한 노동 감시를 지양한다.
10. 쉴 권리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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