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춘천시는 ‘협동조합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고, 협동조합에 대한 춘천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협동조합은 춘천 시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는 ‘탁구인 협동조합’이라는 가상적인 사례를 상상하면서 이 질문에 대해 답해 보고자 한다. 

시민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탁구 생활체육인으로서, 나는 탁구인 협동조합을 꿈꾼다. 나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탁구인 클럽(동호회)에 가입하여 탁구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탁구인들과 소통하고 생활체육인 탁구대회도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탁구인과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탁구인 클럽’을 넘어서서 ‘탁구인 협동조합’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현재 여력이 없어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다). 내가 꿈꾸는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와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결사체’인 동시에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고 ‘법인’이다. 탁구인 협동조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오늘은 클럽과 협동조합의 차이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춘천에 약 20여 개의 탁구인 클럽이 있고, 시 탁구협회에 등록된 탁구인이 500명이 넘는다. 탁구인들이 클럽을 만들거나 클럽에 가입하는 이유는, 클럽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더 깊은 친목과 화합을 다지고, 탁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고수의 가르침과 시합 기회 등을 통해 탁구 실력을 향상하고, 단합된 힘으로 탁구대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클럽에는 정관이 있고, 회장과 간부를 선출하고,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하고 클럽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회원의 의무를 다하고 여기에 사교성과 탁구 실력까지 겸비하면 클럽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이 되지만, 의무를 잘 이행하지 않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회원은 클럽에서 주변화 되거나 이탈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탁구인 클럽은 공동의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결사체이다.  

탁구인 클럽은 자발적 결사체이지만 협동조합이 아니다. 왜냐하면 탁구인 클럽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체는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구성원 공제사업이나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조달하는 경제조직이다. 나는 회원 간 화합, 실력향상, 대회 공동참가와 같은 수준의 공동의 필요라면 클럽이라는 조직형태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구태여 힘들게 협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탁구를 하면서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생계기반(일자리)을 만들거나 탁구인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면, 탁구인 클럽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한 가지 선택은 과감하게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개인 사업자 형태로 탁구장을 차려서 운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선택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들어 가는 탁구인 협동조합이다. 탁구인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면, 개인의 필요 이상의 ‘공동의 필요와 염원’이 있어야 하고, 친목을 넘어선 ‘목마름’이 있어야 하고, 회비 납부 이상의 ‘출자’를 해야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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