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인이 됩니다”…‘노인인권 감수성’ 교육 확대해야
“우리도 노인이 됩니다”…‘노인인권 감수성’ 교육 확대해야
  • 유은숙 기자
  • 승인 2019.08.26 2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산면 등 5개 면, 65세 이상 인구 30% 넘는 ‘초고령사회’
노인이 된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는 ‘노노학대’ 증가
“시설관계자는 물론 전체시민 대상 인식개선 교육 필요”

중앙로 인도에는 직접 키운 농산물을 한 보따리씩 안고 나와 작은 좌판을 벌여놓고 파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창한 가을 초입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로를 걷다가 가슴 아린 장면을 목격했다. 야채를 파는 노인에게 바가지를 던지며 “여기에 담으라고!” 소리치는 아주머니와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굴러간 바가지를 주워와 말없이 채소를 담는 80대 할머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디까지가 노인학대고 어디까지가 노인인권일까? 그 정의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앞서 이야기한 사건은 ‘노인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라는 ‘노인인권 감수성’을 이제는 한번 차분히 돌아볼 때가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가 됐다. 춘천시도 2016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4만1천699명으로 전체 인구의 14.7%를 차지하며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북산면(39.2%), 남면(37.5%), 서면(32.7%), 사북면(30.8%), 동산면(30.4%)은 30%가 넘어서며 이미 3년 전에 초고령사회가 됐다. 늘어난 노인 숫자만큼 발생하는 문제도 다양한 데 그중 심각하지만 효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신화 속에 종종 감춰지고 있는 문제가 노인학대와 노인 인권침해다. 

지난 22일 춘천시청 노인복지시설 및 재가 장기요양기관 관계자 350여 명이 노인인권 교육을 듣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인권을 위해 이 같은 교육을 모든 시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춘천시청 노인복지시설 및 재가 장기요양기관 관계자 350여 명이 노인인권 교육을 듣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인권을 위해 이 같은 교육을 모든 시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인학대란 노인의 가족 또는 타인이 노인에게 신체적·언어적·정서적·성적·경제적으로 고통이나 장해를 주는 행위, 또는 노인에게 최소한의 보호조차 제공하지 않는 방임이나 유기 및 자기방임까지도 의미하고 있다. 좁게는 요양기관 종사자들의 반말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고, 요양시설에서 정신적·신체적 불가항력의 노인에게 가림막을 사용 하지 않고 기저귀를 가는 것이 성적 학대에 해당하기도 한다. 

지난 봄 신동면의 한 요양원은 조리시설과 근접해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시설 이용 노인들을 돌보고 있어 성적 학대 의혹을 받으며 춘천시 복지담당 시의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학대도 문제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효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가족 간의 학대는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문제다. 가족 학대의 대표적인 ‘노노학대’는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나 배우자를 학대하는 것이다. 노노학대도 폭행과 폭언 등 신체적·정신적 학대는 물론 경제적 착취에서부터 식사를 제때 챙겨주지 않는 유기나 방임까지 다양하다.

춘천은 고령인구가 시내가 아니라 변두리라 할 읍면지역에 몰려있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학대도 문제지만 공공연히 무시당하는 노인인권 침해는 더욱 만연한 문제다. 

좁은 의미에서 노인인권은 학대받지 않을 권리지만 넓게는 연령차별 없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권리를 말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정의하고 있다. 이를 노인인권 관점에서 보면 그들도 존엄한 존재로 대우받아야 하고 의·식·주 위협 없는 생존권도 보장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사생활보호, 통신, 재산, 종교, 자기결정권, 권리구제 등 수많은 권리를 노인도 당연히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과 사회구성원들은 그 부당함에 익숙해지기도 해 ‘노인인권 감수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또 불가항력의 노인들이 보호·요양시설에 의지할 경우 시설이용자의 가족들은 요양원의 노인학대와 인권침해가 의심되더라도 가족을 맡겨놓은 입장이라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춘천시는 지난 22일 노인복지시설 및 재가 장기요양기관 운영자와 종사자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인인권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최근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 침해 사례를 토대로 노인인권의 개념과 특징, 환경변화의 올바른 인식을 통해 인권 보호와 학대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거에는 노인 학대와 노인인권 침해 문제가 행위자 처벌위주, 조사권 강화였다면 최근에는 잠재 행위자 대상 교육을 통해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날 교육은 복지시설이나 요양기관 관계자들을 위한 교육이었지만 시민의 노인인권 감수성 성장을 위해 일반 성인은 물론 청소년에게까지 노인인권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인학대나 인권침해를 인지하면 가까운 경찰서나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으로 신고하면 된다.

유은숙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