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동에서 퇴계동으로 옮겨가는 ‘할매삼계탕’

태풍이 서너 차례 지나가며 비를 쏟아내더니 한결 선선해졌다. 삼복이 지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무더위에 몸보신하기 좋은 여러 음식 중에 닭고기가 단연 으뜸이다. 그중에서도 삼계탕이 삼복더위 몸보신에 최적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이곳 음식을 소개하려 했는데 쏜살같은 시간에 말복을 보내고 나서야 소개를 하게 돼 살짝 아쉽다. 그렇다 해도 삼계탕이 삼복에만 먹는 음식은 아닌 까닭에 좀 더 세세한 소개를 해 볼까 한다.  

이전을 앞둔 소양로 '할매 삼계탕' 전경
이전을 앞둔 근화동 '할매 삼계탕' 전경

근화동 미소지움아파트 후문 골목에 위치한 할매삼계탕이 바로 그곳이다. 연중 많은 단골손님이 가득한 곳이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골 어머니집 같은 분위기로 오래된 슬래브 가옥을 식당으로 개조해 정겨운 마음이 드는 집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소담한 야생화 꽃밭이 먼저 방끗 웃으며 인사한다. 갈 때마다 순서를 기다리지만 내 집 같은 식당 분위기와 푸근한 이모님의 안내로 대기하는 동안 방마다 놓인 작은 고가구들 구경에 지루할 틈도 없다.

상차림의 시작은 항아리 뚜껑 같은 질그릇에 겉절이가 담기고 총각김치가 담겨 나오면서부터다. 막 담근 겉절이와 적당하게 익은 총각김치가 먹음직스럽게 옹기에 담겨 나온다. 내 입맛에는 총각김치가 꼭 맞다. 푹 삶은 닭의 살코기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도 준비된다. 이제 기대에 부응하는 삼계탕만 나오면 된다.

이어서 투박한 뚝배기에 푸~욱 고아진 닭 살코기가 콩비지처럼 뽀오얀 국물에 담겨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데 이거야말로 보신 중의 보신이다.  삼계탕 먹을 때 꼭 필요한 양파와 청양고추, 쌈장 등이 어울려 입맛을 돋운다. 

'할매 삼계탕'의 삼계탕은 견과류를 갈아넣은 국물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런 탓에 시각, 미막, 후각이 다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할매 삼계탕'의 삼계탕은 견과류를 갈아넣은 국물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런 탓에 시각, 미막, 후각이 다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봄직하고 먹음직한 삼계탕 뚝배기를 코앞에 놓고 보면 고소한 냄새 또한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히다. 뚝배기에서 닭을 먼저 건져 내면 바닥에 죽이 있어 닭속에 죽이 있는 여느 집과는 다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다른 집과 진짜 큰 차이는 뚝배기에 듬뿍 갈아 넣은 호두, 아몬드, 잣 등의 고소함이다. 먼저 고기를 일부 소금에 찍어 먹고 가슴살은 남겨두어 죽과 함께 먹는다. 바닥에 남아있는 찹쌀죽 국물까지 들이키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가격은 1만5천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쉰다.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9월23일 이후에는 근화동으로 가면 안 된다. 퇴계동으로 이전을 해서다. 이전을 알리기 위해 손님들에게 1천원 할인권을 주고 있다. 이전하기 전 고향집을 느끼며 삼계탕을 먹어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할매삼계탕
근화동 284-12 ☎ 242-9650
퇴계동 815-2(이전 주소)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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