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상 생계형 노동 경험, 구직 시 차별·범죄 노출 위험
“경제활동에 대한 훈련 받을 기회 없어 채무문제,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악순환 반복”

청소년 노동 권리 증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미 사람들이 상상하는 수준 보다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학업에 종사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다양한 개인적 사정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노동 현장에 나가고 있다. 청소년 인구가 감소함에도 노동 인구 가운데 청소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 청소년 노동현실에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특히 열악한 노동 시장으로 밀려나는 학교 밖, 가정 밖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은 단순한 청소년 노동과는 달리 인권, 복지 등 심각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 《춘천사람들》은 한국사회가 하루 빨리 청소년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러는 마음에서 청소년 노동 현장의 제1전선이라 할 가정 밖, 학교 밖 청소년 노동 실태와 문제, 해결방안을 다양하게 취재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의 청소년쉼터와 청소년자립지원관,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의 만 15세 이상의 청소년 7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보고서인 ‘가정 밖 청소년의 실태와 자립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환경이 좋지 않은 청소년들이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이 높아지는 데는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있지만 연령 폭이 넓어지는 이유도 있다. 한국 사회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빈곤 가정이 늘어나고 이는 가정파탄, 파산으로 연결되어 청소년들이 일찌감치 노동현장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성인이 된 이후 취업 때의 스펙이 점차 고사양화되는 추세에 있어 이를 위해 중·고등학교부터 들어가는 교육비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정의 가정 밖, 학교 밖 노동이 점차 빨라지고 많아지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취약한 환경의 청소년, 특히 가정이 없거나 가정 밖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고 노동시장에서도 저숙련, 저소득, 고위험군의 일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보고서는 이러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된 청소년들은 본인의 욕구에 준하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없게 돼 이후 성인기에서의 삶의 질 역시 담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정 밖 청소년들의 또 다른 문제는 노동환경뿐만 아니라 근로를 통해 얻은 수입을 규모 있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에 대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어 복잡한 채무문제에 얽히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 자립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점에서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더 이상 개인의 용돈벌이 차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들여다보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노동시장에 편입돼 있으며 노동의 형태는 주로 아르바이트 형태의 비정규직이다. 또 노동의 주요 목적은 생활비를 벌기 위한 생업 차원이고 구직활동에서 주로 겪는 어려움으로는 적은 보수, 조건이 맞지 않는 근로 환경이나 시간, 부족한 기술이나 자격, 직장 관련 경험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 환경이나 시간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46.3%로 가장 높게 나왔는데 이는 고용노동부 기준 하루 7시간, 주 40시간 이상 일할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 야간근로와 휴일근무는 금지되고, 위험한 일이나 도덕상·건강상 해로운 일도 할 수 없다는 등 청소년 보호에 따르는 제약이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또한 ‘가정 밖’에 있다는 이유로 20% 가량의 청소년들이 차별을 경험했고 결국 14.3%의 가정 밖 청소년은 불법이나 탈법적인 일자리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 전반적인 아르바이트 경험이 남성 청소년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나 탈법적인 일자리 경험이 19.7%로 7%p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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