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 환경과 문화로 핸드메이드 일상화되는 추세
‘근화동 396’, ‘현재’와 ‘춘천’을 표현하는 청년놀이터 돼야

수년 전부터 핸드메이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개인의 취미영역에서 지역의 사회적경제 영역까지 핸드메이드의 경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 환경과 문화는 핸드메이드를 우리 일상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생활문화 전반에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활동이 필요할 뿐 아니라 산업과 경제영역에도 창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핸드메이드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수공예 강국 영국의 대표적인 핸드메이드를 다루는 잡지인 《몰리 메이크스》는 안정적인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대부분의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투자자의 지원 자금 없이 처음 1~2년을 저축금이나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막연히 이런 형태로 시작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저 재미만 생각하고 감상적인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 핸드메이드를 철저히 사업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창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핸드메이는 과연 우리에 무엇일까?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재미있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축약하여 소개한다.-편집자 주

지난 5월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의 ‘수제작(핸드메이드)과 리터러시(literacy, 문식력) 패러다임의 전환’ 포럼에서는 핸드메이드가 갖는 사회문화론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서울과학기술대 이광석 교수는 “초창기 문해력 혹은 리터러시의 출발은 일간지 신문을 읽고 독해하는 능력을 지칭했다. 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뉴미디어 환경이 조성되고 대중의 개성이 두드러지면서 리터러시 개념이나 성격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이렇게 리터러시의 개념과 영역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핸드메이드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 현장에서 크게 일고 있는 코딩 붐을 살펴보자. 우리의 코딩 학습은 최소 수준의 문식력, 즉 컴퓨터 언어를 읽고 쓰는 정도에 머무른다. 그러나 지금은 코딩의 기능을 넘어서는 기술과 사물의 형세 파악이 필요하다. 이때 수제작이 필요하다. 왜냐면 수제작은 인간 두뇌와 양손을 써서 사물을 더듬고 변형을 가하는 능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수제작 리터러시는 구조와 물질세계의 이치를 진지하게 따져 묻는 비판적 탐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춘천에서 시작단계인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터와 핸드메이드를 관련지은 해석도 흥미를 끈다.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 김성원 소장은 “놀이가 없다면 모든 분야의 리터러시는 제한된다. 놀이는 아이들이 태어나 난생 처음 접해보는 당혹스런 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세상에 나와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놀랍고 경이로운 세상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자신의 행위능력과 사물과 도구를 사용할 능력, 즉 삶의 기술을 흉내 내며 키워가며 통과해야할 의식이다. 이러한 놀이야말로 다양한 리터러시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활동이다. 리터러시는 다양한 대상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해석’, ‘표현, 묘사’, ‘사용과 행위’ 능력이고, 이런 것이야말로 놀이를 통해 함양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의를 확장해보면 청년들의 핸드메이드 창업공간인 ‘근화동 396’는 결국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현장에서 더 나아가 ‘현재’라는 시간과 ‘춘천’이라는 공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청년놀이터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하며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셈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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