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은 경쟁보다 어렵지만 훌륭한 문제해결 방법
“학부모회의 뜨거운 참여 열기는 회칙 등 제도적 뒷받침 덕분”
“아이들도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법을 알죠”

《춘천사람들》은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과 춘천 지역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학부모회장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호반초등학교 조은영 학부모회장님을 만나 뵙게 됐습니다. 염미선 부회장님과 정은숙 총무님도 나오셨네요.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원래 이렇게 늘 같이 다니십니까?

-그럼요(웃음). 지난번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했지만 사실 인터뷰라는 게 어려운 점이 있어요. 개인인 제가 혹여나 실수할까봐서요. 그래서 오늘은 다들 함께 보자고 했고요. 하지만 실제로도 저희 학부모회는 함께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학부모회의 참여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새로 부임해서 오시는 선생님들은 혀를 내두르세요. 학부모가 이렇게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계세요.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저희 학교는 단오가 되면 단오행사를 해요. 단오니까 당연히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야 하잖아요? 엄마들이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서 낫으로 일일이 창포를 베어다가 솥에 삶아 창포탕을 만들었지요. 이만하면 열심히 참여하는 것 아닌가요?

협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호반초등학교 학부모회. 정은숙 총무(왼쪽), 조은영 학부모회장.
협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호반초등학교 학부모회. 정은숙 총무(왼쪽), 조은영 학부모회장.

대단한 정성이 느껴지네요. 학부모님들이 집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개인의 노력이나 성격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학부모님들이야 다들 비슷비슷하죠. 호반초등학교 학부모회에 차이가 있다면 회칙, 규정, 규약 등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학교 측에 전달합니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학부모회 역할과 관련된 조례를 마련하기 위해 전체 학부모회장단들이 모인 적이 있었어요. 저희 학부모회는 회의가 중반이 이를 때까지도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는 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나중에 그 이유를 깨달았죠. 교육청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제도 대부분이 이미 저희 학교에는 있었는데 저희는 다른 학교에도 당연히 있는 줄 알았던 거지요.

학부모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협동입니다. 어느새 초등학교에까지 협동이 아니라 경쟁이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의 이미지는 피와 땀을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가장 쉬운 문제해결 방법이에요. 협동하는 것이 더 어렵고 더 노력해야 하는 일이지요. 게다가 경쟁에서 발생하는 노력은 고통스럽지만 협동에서 발생하는 노력은 더 크지만 뿌듯해지죠. 호반초의 모든 학교행사에 경쟁하는 놀이나 시합은 거의 열리지 않습니다. 힘을 모아 미션을 수행하는 놀이가 대부분이지요. 언젠가는 경쟁의 세계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우리 어른들의 사회가 협동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대사회가 당면한 환경문제 등을 경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그런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협동의 중요성을 교육하려고 합니다.

협동의 중요성에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활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동아리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요. 저희 동아리는 학교에서 짜놓은 커리큘럼을 보고 가장 관심 있는 동아리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스럽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한된 자유지요. 저희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직접 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웁니다. 이때 협동이 필요하지요. 가령 저희 딸은 요리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모으고,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어떤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학교 측에서 받아들일지 머리를 맞댔어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도록 홍보도 하고 해서 동아리를 만들어 냈지요. 하지만 반대로 저희 아들은 드론동아리를 만들기 위해서 똑같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어요. 드론을 가르쳐줄 선생님이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지요? 게다가 본격적인 협동조합 동아리도 활성화 되어 있어요. 봉사를 통해 협동을 확장시키는 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만들었지요.

학교 뒤에 텃밭이 있던데요?

-호반초의 자랑이죠. 저희 학교는 도심권에서 가장 가까운 시골학교입니다. 시내에 있지만 바로 뒤가 산이어서 자연을 마음껏 관찰하고 즐길 수 있어요. 저희학교가 교육청에서 공모한 사업에 두 개나 선정됐어요. ‘얘들아, 놀이밥 먹자’와 ‘양동이 논농사’가 그것이에요. ‘얘들아, 놀이밥 먹자’는 아이들이 밥이 필요하듯 놀이를 꼬박꼬박 공급해 주려는 프로젝트에요. 놀이의 중요성이야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양동이 논농사’는 말 그대로 양동이에 물을 채우고 모내기를 해서 각자 한 양동이를 키우는 프로젝트인데 반응이 뜨거워요. 식물이 자라고 곤충이 모여들고 수확물을 거두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많은 것을 통합적으로 배워요. 혹시 우렁이 알 보신 적 있으세요? 우리 아이들은 다 알아요.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