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혁신포럼 박상규 대표

강원대학교 경영대학 2호관으로 가는 교정에는 여름학기 졸업을 하는 학사모를 쓴 학생들로 북적였다. 오래된 건물로 보이는 경영대학은 유서 깊은 학문의 전당임이 한눈에 느껴졌다. 정리가 잘 된 깔끔한 연구실에 들어서자 활력이 넘치면서도 소탈한 모습의 박상규 명예교수가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한 후 이번학기에는 명예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생소한 남북경제협력혁신포럼에 대한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남북문제에 대한 연구자’인가 하는 기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첫 답변부터 흥미진진했다.

박상규 명예교수. 사진 이철훈 시민기자
박상규 명예교수.         사진 이철훈 시민기자

남과 북이 사는 게 다르잖아요. 북한과 남한의 도로체제가 달라요. 환경이 다른 북한의 도로를 만들어 운전을 해보면 북한에 가서도 쉽겠죠. 이런 일들을 민간차원에서 하고 있어요. 북강원도와 우리 강원도와의 경제협력을 위해 유관기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양구군과 도로교통공단이 협약을 맺어 북한의 운전교육원을 설립했고 향후 북한도로를 양구군에 만들 얘정이라고 했다. 북한 관광을 대비하여 북한의 도로를 달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2018년 12월 G-지속가능전략연구원이 주관하여 초기에는 강원원주혁신도시 발전계획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남북경제협력 포럼으로 발전했다. 현재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강원도 경제진흥원, 강원테크노파크,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소, 영월경제진흥원,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강릉과학산업진흥원 등이고 교육기관으로는 강원대학교가 함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삼척출신으로 5남1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청소년시절 핸드볼선수로 활약한 이력을 이야기한다. 삼척고 핸드볼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며 모교에 대한 자부심도 빼놓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 공부로 뜻을 굳힌 늦깎이 학생의 독일 유학은 통일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유학시절에 독일이 통일되었고 그는 통일 전후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동독과 서독은  모든 것이 많이 달랐다고 한다. 

“기숙사에서 공동 주방을 사용했었어요. 음식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15분 정도 되는데 제가 방의 불을 켜둔 채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서독 친구들은 불을 끄고 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모든 것이 배급제였던 동독 학생들에게 절약 개념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사소한 문제에도 부딪히는 그들의 갈등이 제 눈에도 보였어요.” 

통일 후의 경제악화는 학생들의 혜택도 줄어들게 만들어 한마디로 그의 유학생활은 아주 큰 고생길이었다고 했다. 상당히 이성적인 성향의 독일인들도 힘들었는데 감성적 정서인 한국인들에게 ‘과연 통일의 긴 여정은 어떨까?’ 한국사회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라고 조언한다.

세월이 지나 독일친구들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통일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그래도 갈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 세대들의 이념과 습관 그리고 생활방식의 차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갈등은 남아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도 그러지 않겠냐며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아울러 지금 북에 이산가족이 남아있고 전쟁을 겪은 부모님을 둔 세대들이 소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했다.

어릴 적 북한사람들의 모습은 뿔이 달린 것으로 생각했었던 그가 독일에서 동유럽 친구들에게 “나는 너희들 머리에 뿔이 달리고 무섭게 생긴 사람들로 생각했었다”라고 하니 그들도 “자본주의 국가의 사람들은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나쁜 늑대나 돼지의 모습으로 교육받고 자랐다”고 고백하며 서로 웃었다고 한다.

독일의 통일은 우리에게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갈등과 실패를 겪은 그들의 통일 갈등을 보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서독은 충분히 통일 후의 비용을 계산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통일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통일 전에 이미 양국은 TV방송을 함께 공유했으며 왕래도 어느 정도 가능했었다고 한다. 그 뒤에 통일이 되어도 어마어마한 통일비용과 수많은 고충을 겪었는데 우리는 지금 어떤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그는 국력신장과 막대한 국방비 절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단다. 개성공단이 예전처럼 활기를 띠고 다양한 경제협력교류를 통해 북한이 남한 경제의 60% 정도는 따라와 줘야 무리 없는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국제학술대회 참석중인 박상규 대표. 사진 제공=박상규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국제학술대회 참석중인 박상규 대표.       사진 제공=박상규

서독과 동독의 통일 후 모습이 서독화인가 동독화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무조건 서독화라고 했다. 더 잘사는 쪽으로 변화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었다. 우리도 통일이 되면 당연히 남한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이 되었을 때 최소한의 갈등을 위해 많은 노력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미 강원대학교 농과대학과 산림과학대학에서는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작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광물자원공사도 이미 교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교류방법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주변에서 요즘은 탈북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들과 소통하여 문화와 이념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한, 그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암암리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는데, 그들의 북한 가족들은 남한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몰래 방송을 보며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이미 교류가 시작되고 이것이 숨어있는 소통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통일을 위한 노력이 정치적인 영역 외에 민간차원의 작은 교류를 통해서도 남북경제협력의 큰 물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을 해서는 남북이 다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맞추고 나누고 공유해가는 방법이 좋겠고 그런 점에서 민간 교류만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밝고 확신에 찬 그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흥미로웠다. 

힘 있는 한반도가 되는 미래를 꿈꾼다는 그는 곧 북한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그의 경험과 노력이 혁신적인 메신저가 되어 남북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되길 빌어본다. 

편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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