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사위원 처음 도입…전문가 심사위원과 똑같은 권한
“어린이 눈높이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 뽑는 게 목적”
개막식과 개막 퍼레이드만 취소하고 나머지 프로그램 계획대로 진행

제31회 춘천인형극제가 예정대로 열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전야제와 개막퍼레이드만 취소하고 다양한 방역 체제를 갖춰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예정된 일정 대부분을 소화하기로 했다.

‘우리를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건 이번 축제에서 주최 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내용은 일곱 작품이 경쟁을 벌이는 ‘경연부문’이다. 국내인형극의 발전을 도모하고 신생 인형극단의 도약을 장려하기 위해 2012년까지 시행했다가 중단됐던 것을 다시 부활시켰다. 

국내 경연작은 최근 3년 이내에 춘천인형극제에 참가한 적이 없는 작품들인데, 음악그림자극을 표방하는 <행복을 찾아서> (극단 푸른해)와 같이 창의적인 실험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엄선됐다. 6명의 심사위원이 열띤 논의를 거쳐 축제 마지막 날 단체부문(최우수상, 우수상)과 개인부문(연기상, 연출 및 무대기술상)을 각각 시상한다. 최우수작품은 내년 춘천인형극제 참가 시 가산점이 부여되고 향후 국내외 활동에서 지원을 받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3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며 춘천 관내 학교장과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선임됐다. 그들은 전문가 심사위원 3인과 똑같은 권한을 부여받아 심사에 참여한다. 선욱현 예술감독은 “순수한 어린이의 시각을 존중한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뽑는 게 이번 경연의 목적이다. 스페인 <예이다 인형극축제>에서 접한 어린이 심사위원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폐막식에서 성인심사위원들을 대신해서 총평을 발표하는 등 어린이가 축제의 중심에 있었다. 춘천인형극제 발전을 위해 배울 점이다. 이번에 임명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서 반응하고 어른들의 생각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그 결과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떤 점수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인형극제의 색다른 점이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또한 주최 측은 심사과정에서 어린이 심사위원의 육성을 녹음해서 그들의 활약을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3명의 어린이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신하윤(남산초 5), 이규강(신남초 1), 심지호(후평초 5). 사진제공 =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3명의 어린이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신하윤(남산초 5), 이규강(신남초 1), 심지호(후평초 5).       사진제공 =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경연에서 <행복을 찾아서>를 공연하는 정명필 마임이스트(극단 푸른해)는 “개성있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참가해서 경쟁을 의식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공연전날까지 세부적인 표현을 수정하고 다듬을 예정인데, 인형과 여러 오브제의 그림자를 이용한 공연형식이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어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하다. 공연 날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이 와서 생명탄생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축제 마지막 날인 다음달 3일(목) 춘천인형극장 내 코코바우 카페에서 열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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