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글에서 나는 탁구인간의 친목과 단합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를 넘어서서 ‘더 많은 공동의 필요’가 있고, 이를 수행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이 순간부터 협동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로서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머리 아픈 조직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머리 아픈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더 많은 공동의 필요’란 무엇일까? 두 가지 가상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탁구인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탁구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이다. 기존의 개인사업자 형식의 탁구장 운영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클럽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탁구장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협동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탁구장을 인수하려면 조합원들은 함께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모으고 탁구장 운영방식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하고, 보증금과 기본 시설비를 마련할 수 있는 출자금을 만들어야 하고, 매달 임대료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전의 회원들은 회비로 월 1만원을 내고, 탁구장 주인에게 5~6만 원 정도의 탁구장 사용료를 내고 클럽 행사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면, 탁구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원 총회나 이사회에 참석해야 하고, 적지 않은 액수의 출자금을 내야하고, (코치 레슨 강사비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월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탁구선수 출신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과 경력을 살려 사회적협동조합(또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례이다. 사실 많은 엘리트 탁구선수들이 장우진 선수와 같은 국가대표를 꿈꾸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이상 고된 훈련과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이들 중 탁구선수나 체육교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 엘리트 선수출신 청년들 10명 중 9명은 탁구장에서 불안정한 탁구코치를 하거나 탁구를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찾는다. 다른 직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낭비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탁구인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같은 해외 사례를 보면, 스포츠 선수 출신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역량과 경험을 살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장애인이나 노인의 건강증진과 치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운동기회 제공, 탈학교 청소년들의 사회복귀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의 공공스포츠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포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사회의 경우 탁구를 기반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면, 탁구장을 차리거나 탁구장에서 불안정한 탁구코치를 하거나 탁구용품점을 운영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업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어서 시장성이 없고 시장충돌의 문제가 있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탁구와 장애인 재활, 노인 치매예방 및 치료, 공공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취약계층에게 탁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월 1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에서 탁구선수 출신 청년들이 탁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탁구 사회적협동조합을 창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춘천시는 스포츠 선수출신 청년들이 탁구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춘천시 탁구협회도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다. 

춘천시가 협동조합 도시를 꿈꾼다면, 시민들의 일상과 필요로부터 출발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스포츠 사회적협동조합 활성화이다. ‘스포츠 사회적협동조합 창업 학교’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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