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소아 작업치료사 앤절라 핸스컴은 그의 책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에서 요즘 아이들의 감정조절 어려움, 집중력 부족, 힘 조절이나 감각능력 둔화 현상의 원인으로 활동기회의 부족, 즉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성장과정을 지적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산만한 아이들의 사정도 나름대로 긴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경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활동으로 전정계를 자극하는 일련의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몸을 충분히 움직이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신체적으로도 활동시간보다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몸을 지탱해주는 코어 근력이 약해져 체력이 떨어지고, 웬만한 활동도 힘들어진다. 이런 반복은 아이들의 균형 잡기와 힘 조절, 감각능력 둔화와 같은 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운동기능 발달의 문제의 원인이 달리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바깥활동과 자유놀이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연구결과가 이렇다면 자연 속에서 맘껏, 잘 놀게 해주면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어렸을 때 ‘감각통합치료’를 수년 간 진행했었다. 신체를 통해 감각적 자극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조합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치료로 이 수업을 받기 위해 경제적 부담과 오랜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집에서 아이와 인형 옷 입히기, 지퍼놀이, 모래 소꿉놀이하기 등이 모두 감각발달활동의 연속이었다. 틈만 나면 야외로 데리고 나가 맘껏 뛰게 해주었고, 애니메이션 박물관 뒷마당 잔디밭은 익숙한 운동장이었다. 소리에 유독 민감해 귀를 막고 힘들어하던 녀석을 자동세차를 하면서 적응시키고, 공연장엘 데리고 다녔다. 극장에서 무사히 함께 영화 관람을 했을 때는 영화가 아니라 아이가 대견해 감동하기도 했다. 

성장기라는 골든타임을 놀이를 통해 키워야하는 사실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업과 스마트폰, 컴퓨터 앞에서 어른들이 덜 움직여도 괜찮을 환경과 타협을 하는 것도 익숙한 일상이다. 누군가에게 전담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놀 줄 모르거나, 놀이를 잊은 어른들 혹은 놀아볼 자신이 없는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편해문(놀이터 운동가)씨는 진짜 ‘놀이’란 어른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들의 ‘철저한 자유놀이’라는 것,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와 자유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면 놀 수 있어야 하는 ‘위험한 놀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오히려 자해와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신성욱(과학저널리스트 겸 작가) 씨는 ‘마음껏 놀기’로 아이들의 놀이본능이 충분히 채워질 수 있어야 정서도, 인지도 더 단단하게 발달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이들의 생활 패턴에서도 가정마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 습관과 문화를 가풍처럼 만들어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금 나와 같은 또래와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없는 운동장에서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줄줄 나오고,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비석치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를 하며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당당함이었음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다. 우리 아이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성장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은 잠시 잔소리를 멈추련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놀 줄 아는 어른들의 만남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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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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