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미 작가, “인간의 진정한 욕구는 함께하는 것, 함께여서 당당하다”

춘천교육지원청과 《춘천사람들》이 주최하는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의 김중미 작가와 함께 춘천시청소년수련관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학생들의 플루트 연주와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한 복화술 공연이 사전 행사로 진행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열었다.

소설의 기본 줄기는 ‘소통’이었다는 작가의 간단한 소개에 이어 허소영 도의원의 사회로 패널의 토론이 시작됐다. 

사진 왼쪽부터 강선희 강원토론교육협동조합 이사장, 김보람 더북 클럽장, 김중미 작가, 박영준 성수고등학교 학생, 사회를 맡은 허소영 도의원

토론자는 연령대를 다양하게 하여 1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3명(강선희 강원토론교육협동조합 이사장, 김보람 더북 클럽장, 박영준 성수고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되었다. 연령대에 따라 소설에서 묘사되고 있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소통, 상실감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질문과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아래는 패널 또는 객석 청중의 주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

Q. 작가의 전반적인 삶이 궁금하다. 기차길옆공부방을 만들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A. 1987년 빈민 지역에 가서 많은 사람들이 사는 연립주택에서 살았어요. 골목마다 사람이 많았고 아이들도 있었어요. 도박하는 아빠를 피해 장독대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의 모습과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가로등에 아이를 묶어두고 굴을 따러 가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고 철길 옆에서 시작한 상황 덕분에 ‘기찻길 옆 공부방’이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혼자 다 할 수 없어서 근처 대학교 학생들과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그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공동체 내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 식구로 서로 인식해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도 있어서 아름답기만 한 모습은 아니예요. 하지만 이것을 피하지는 않아요. 계속 이야기를 해서 이견을 좁히곤 합니다. 좁히는 과정은 힘들죠. 그래도 ‘우리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와 같은 질문을 통해 극복해 나갑니다. 어른들은 살아왔던 관습, 관성 때문에 오히려 더 갈등이 많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가끔 망치로 때려줘서 해결책을 찾기도 해요.

Q. 주인공 연우가 탄생한 배경은? 

A. 연우는 세월호로 친구나 가족을 잃거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사춘기에  맞닥뜨린 내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랐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존재로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어요.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은 드러나면서 비명을 내지만 우리가 그 비명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면 이것이 희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인에게도 귀를 기울일 만한 여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럴 수가 없죠. 내 고통에도 귀를 기울일 수가 없는데요. 불평등한 사회가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해결은 어렵습니다.

Q. (청중) 초등학교 6학년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A.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는 학교에서든 동네에서든 나보다 힘이 없고, 혹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먼저 귀를 기울여 주면 그게 저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너는 혼자가 아니잖아. 우리가 있잖아. 누구야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이런 일부터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내주세요.

북 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웃과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며 입을 모았다.
북 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웃과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며 입을 모았다.

어려움이 찾아올 때 그걸 견디는 힘이 공동체 식구들이라고 하는 김중미 작가는 인간의 진정한 욕구는 함께하는 것이며 여럿이 함께하기에 당당히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로 북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성다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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