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 정부는 2015년 최대 항구인 하이파 항의 터미널 근대화와 그 운영을 25년간 중국의 상하이국제항만집단에 주기로 합의했다. 미 해군 6함대 군함들이 빈번하게 기항하는 하이파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다는 이스라엘의 결정에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줄이지 않으면 기밀정보 공유 및 안보 시설 공동 배치를 줄일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친소 관계는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영원할 수도 없다.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보낸 이스라엘이 모를 바 없는 내용이다. 다만 계산을 더 치밀하게 할 뿐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약 20년간 이스라엘의 친구는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다. 지금 당장 미국과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해서 미국을 맹신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한 국가와만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마냥 미국 편에만 설 수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2만8천 명 수준의 주한미군은 한반도 주변과 유라시아에서 유사시 미군을 급파하기 위한 전략 중심기지로서 허브(HUB)에 해당한다. 일본과 독일 등에서 운용하고 있는 기지와 그 성격이 같다.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갖추고 필요시 미군을 전 세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영구적인 상수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전진기지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대외 팽창을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각각 차단하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넘버 2 중국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감시하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부유한 나라들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고도 대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끔은 동맹국이 미국을 더 나쁘게 대한다고 지지자들 앞에서 노래한다. “임대 아파트에서 114.13 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며 상호존중은커녕 대한민국을 미국의 호구로 여기는 발언도 예사다.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폭력단의 갈취 행위처럼 미국의 국가안보 장치를 상술을 발휘하듯 운영하려 하고 있다. 

지난 2월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중 한국의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된 1조389억 원에 합의했던 미국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올해 분담금의 거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를 청구하고 있다. 

70여 년 전 해방 직후 민중 사이에 유행한 노래가 다시금 들린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되(다시) 나온다.” 다시 혼돈의 시대다. 약소국에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은 언제나 등불을 끄는 바람과 같다. 국제관계에 선의란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하게 돼 있다”고 했던 청와대의 발언에는 얼마의 결기가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부끄러운 숫자는 또 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2017년 북한의 명목GDP는 36조3천818억 원으로 이는 남한의 1천782조2천689억 원에 비하면 2%가 채 안 되는 규모다. 그 정도의 경제력 차이를 놓고도 북한에 두려움을 느끼고, 미국의 원조로만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은 허수아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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