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현 (별빛센터  ‘나이 들기 좋은 마을’ 팀원)
김다현 (별빛센터 ‘나이 들기 좋은 마을’ 팀원)

나의 자부심을 소개하고 싶다. 이름 하여 <나이 들기 좋은 마을 팀> 줄여서 ‘나좋을’이라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좋을’은 2018년 공식적으로 조직된 별빛센터의 노인복지 전담 팀이다. 대개 복지라는 단어에 수직적·기계적인 어감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별빛마을’과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노인복지 팀보다는 ‘나이 들기 좋은 마을’ 팀 명칭이 더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나좋을’의 활동을 들여다보면 기존 노인복지관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센터 주변 6개 리의 어르신들과 서로를 보듬는 관계를 꾸려나가면서 이름대로 나이 들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마을 119’나 독거어르신 반찬 나눔, 이·미용 서비스 등의 굵직한 뼈대를 주축으로 점진적인 규모 확장과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다.

‘나좋을’의 구성원으로서 별빛의 식구가 된지 반년이 넘었지만 사실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진정한 의미를 찾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초반에는 어르신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가치가 있으나 굳이 아이들의 교육을 목표로 출발한 공동체에서 노인 세대를 위한 팀을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을교육공동체라는 개념을 익힌 이후에는 교육과 마을이 동떨어진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세대 공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회의감에 빠져들곤 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틈에 섞여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진땀을 빼며 고민에 잠겼다.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만남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었다.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굴러가는 ‘별빛’의 특성상 아이들은 매일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학교-센터-집을 옮겨가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을 걸으며 어르신들을 만나 안부를 여쭙거나 이웃집 할머니와 긴밀하게 교류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에 대한 해결책을 궁리하다가 최근에 소수의 아이들을 데리고 어르신 댁으로 방문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첫 번째 활동을 시작하는 날, 자원한 네 명의 아이들 의견을 반영하여 할머니 댁에 찾아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입을 모아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가는 아이들과 “아이구~ 우리 강아지들 왔어~?” 하며 돌아오는 대답이 정겹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고 직접 준비한 반찬들을 차린 다음 저녁상 앞에 둘러앉았다. 할머니의 정성을 눈치챈 아이들이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도 더덕구이와 참외김치를 한입씩 맛보기도 했다. 대화가 끊길 때면 약간의 서먹함이 감돌기도했었지만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센터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고요하던 산자락 사이사이로 밝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할머니, 다음 주에 또 올 게요”라는 약속을 하고 차에 오른 아이들은 아직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건지 힘찬 목소리로 다함께 노래를 불렀다. 첫 발을 잘 디딘 것 같아서 안도했고, 뿌듯했다. 이보다 더 생동감 있는 배움이 있을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어르신들의 삶이 아이들에게 배움이 되고, 세대 간의 교류 속에서 발생하는 배움이 곧 각자의 삶으로 스며드는 건강한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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