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민주화 운동의 선두였죠”

강원민주재단이 지난 28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춘천사람들》은 총회에서 선출된 초대 최윤 이사장을 만나, 강원민주재단의 역할과 운영 시스템,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강원민주재단’에 대해 궁금하다.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강원민주재단은 1970년대 이후 강원도 지역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리 작업,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 등에 대한 기념 활동, 그리고 강원도의 민주화 운동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민주시민교육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의 교류와 협력에도 앞장설 생각이에요.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조직되는가.

제도상으로는 사단법인이에요. 시민들에게 있어 ‘기념사업회’처럼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이름 대신 ‘재단’이라는 이름을 쓴 것이지요. 현재 26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곧 300명이 넘어갈 것 같아요. 45명의 창립준비위원들과 뜻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뛰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을 운영할 15인 내외의 이사진과 이사장은, 회원들의 총회에서 선출됩니다. 세대, 지역, 성별, 그리고 노동자나 농민 등 직업을 고려해 다양한 배경의 이사진을 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총회에서는 앞으로 회원들을 대신할 대의원도 선출됩니다. 

최윤 이사장
최윤 이사장

재단 운영에 필요한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충당되는가.

회비와 기부금, 수익금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지난 제284회 강원도의회에서 통과된 관련 조례(강원도 민주화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안)에 따라 향후 도의 지원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향후 일정은 무엇인가. 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는 민주화 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또 회원 간의 상호 부조를 위한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과 관련해서는, 강원도에서 있었던 모든 민주화 운동을 기록하는 영상과 문서를 만들고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행사에서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올해 있었던 39주년 행사의 확장판이지요.

강원도나 춘천에 특별한 민주화 운동사가 있는가.

강원도는 사실 도내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민주화 운동을 하기에는 좋지 않은 여건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선도적 투쟁을 많이 했습니다. 74~75년 긴급조치 시국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내 반유신 투쟁은 유신체제 몰락에도 일조를 했습니다. 강원대에서 79년 하반기 반유신 투쟁을 처음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예지요. 5·18 민주화 운동 때에도 그 어느 지역보다도 열심히 투쟁했고요. 다른 지역에서도 강원도가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강원도의 민주화 운동의 맥들이 알게 모르게 쭉 이어지고 있어요.

87년 6월 항쟁 당시 춘천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도내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강원민주재단
87년 6월 항쟁 당시 춘천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도내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강원민주재단

최 위원장은 언제부터 민주화 운동을 했는가.

대학에 들어간 해인 77년도부터 학생운동으로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79년도부터고요. 유신체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활동을 할 수는 없었죠. 물론 강원대 선배들의 경우에는 70년대 초반 ‘3선 개헌 반대 시위’와 ‘대학 교련 반대 시위’부터 시작해 74년 민청학련 사건, 긴급조치 시국 때에도 민주화 운동에 나섰죠.

지금까지의 민주화는 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민주화에 우선 순위가 있는가.

정치적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헌법 제1조 2항에 나와 있는 내용(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으로, 결국 국민들이 자신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정치적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기본적인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87년 6월 항쟁이 그 분수령이죠. 그 이후에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폭과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가는 일이 남아 있지요.

그렇다면 오늘날에 요구되는 민주화 운동이 있는가.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 등 아직도 민주화의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치인이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에 민주화 운동에 끝은 없지요. 이것은 전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촛불혁명 이후 현재 한국에서는 유럽 선진국과 견주어도 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했다고 봅니다.

2019년 8월 9일 강원민주재단 창립을 위한 제안자 대회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 사진 제공=강원민주재단
2019년 8월 9일 강원민주재단 창립을 위한 제안자 대회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 사진 제공=강원민주재단

민주주의의 ‘완성’은 불가능한가.

민주주의는 늘 과정이죠. 허나, 추상적으로나마 완성태를 표현해 보자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자유로운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고 끝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강원민주재단이 출범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할 일들에 관심이 가고 기대가 된다.

그 동안 주축이 됐던 사람들은 이제 꽤 나이가 들었어요. 이제는 시민 진영의 젊은 사람들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후대에 전달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안 좋은 소리 들어요(웃음). 현재 재단에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 다른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고 강원도에 정착한 사람, 과거에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민주화 운동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이지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도 겁내지 말고 함께하면 좋겠어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진보적인 성향이다 보니 까다롭기도 하고 이견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재단 창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공통 가치에 중점을 두자’는 생각에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강원도 전체를 아우르는 도 단위의 첫 번째 민주화운동 재단으로 출범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도록 하는 것이 이 재단의 남은 과제겠지요. 유 기자도 회원 가입 해야겠지요?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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