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곡리 ‘가마골소머리곰탕’

여름 끝에 태풍 몇 개가 지나더니 연일 날씨가 청명하다. 새털구름으로 단장한 파란 하늘이 가을을 실감나게 한다. 낮엔 아직 기온이 높아 반팔 옷차림으로 다니지만 일교차가 심해 아침저녁으론 갈바람이 선들거려 겉옷을 걸치게 된다. 사라진 더위 탓인지 따끈한 국물이 땡긴다.  

지난해에 비해 금년 여름더위는 무난했다. 그렇다 해도 삼복더위는 위세 등등 했고, 몸과 맘을 지치게 했다. 이럴 땐 뭐니뭐니 해도 음식으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양식으로 필요한 음식은 소고기다. 가격도 착하고 따끈한 소머리곰탕도 그중 하나다. 10여 년간 무시로 드나들 때 나에게 맛있는 선물을 주던 학곡리의 ‘가마골소머리곰탕’을 소개한다.

'가마골소머리곰탐' 전경
얼마전 새로지어 이사한 '가마골소머리곰탐'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차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골목을 찾아 주차하곤 했는데 지금은 얼마 전 새로 지은 가옥에 넓은 주차장과 많은 테이블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손님들이 몰려 주차장은 여전히 붐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물과 반찬이 먼저 차려지고 주문을 하고나면 금방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뽀얀 소머리곰탕이 송송 썰어 놓은 대파를 뜸뿍 안고 등장한다. 여기에 소금을 넣지 않고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 국물로 간을 맞추면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 맛이 그저 그만이다.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깍두기 세 접시 정도는 리필을 하게 된다. 적당히 새콤달콤한 마늘장아찌와 오징어장아찌 맛도 일품이고 취향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매운 양념장을 넣어도 좋다.  

깍두기국물과 넣어 먹으면 맛이 더 한다는 곰탕  한상.
깍두기국물과 넣어 먹으면 맛이 더 한다는 곰탕 한상.

이제 곰탕을 먹어보자. 우선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서너 번 정도 먹으면 따끈하고 고소한 소고기 육수 맛이 이내 온몸을 사로잡는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한 점씩 꺼내어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다. 부드럽게 씹히는 머리고기가 입안을 행복하게 만든다. 가끔 우설도 한 점씩 낚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고기를 반 이상 먹고 나면 이제 밥을 말아본다. 아!  깍두기국물을 잊지 말고 넣어 뚝배기를 비워낸다. 입맛을 금방 다시게 하지만 이미 배는 두둑하다. 부른 배를 만지며 아쉬운 식사자리를 일어나게 한다.

가마골소머리곰탕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하다. 메뉴는 소머리곰탕, 내장탕, 도가니탕, 수육이 있다. 이 집의 장점은 냄새도 맛도 깔끔함에 있다. 맛있는데 정갈하기까지 하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여름 내내 더위에 수고한 몸에게 따끈한 소머리곰탕을 선물로 주자.

가마골소머리곰탕
동내면 학곡리 271-11 ☎ 262-0559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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