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선동이 밤에 캄캄해서 가로등을 세워야겠는데 시에서 돈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가로등을 만들었어. 이쪽집이랑 맞은편 집이랑 줄을 달아서 가로등을 만들었다고. 요즘 가로등보다 더 밝았지."

‘도시재생을 꿈꾸는 사람들’은 교동, 근화동, 소양동, 약사명동의 옛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과거의 조각을 모으고, 오래된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는 춘천시 사회혁신센터와 함께합니다.

60년대 후반까지 연탄장사 하다가 70년대 들어서부터 작은 아버지가 얼음 장사를 시작해서 나도 같이 했지. 오음리 넘어가는 골짜기에 서늘한 데가 있어요. 거기서 겨울동안 네모반듯한 틀에다가 물을 길어다 천연빙을 만들어. 그걸 동굴에다 넣어 뒀다가 파는 거야. 주로 생선가게에서도 사가고 작은 건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팔고 했지. 색소랑 소다랑 섞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았어.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냉장고에 넣기도 했어. 냉장고가 지금 있는 것처럼 전기로 하는 게 아니라 스티로폼으로 만든 상자 같은 거야. 거기에 얼음을 넣어두면 음식이 상하지 않으니까. 말하자면 가정용 석빙고에요.

요선동은 5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소상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에요. 제조업이나 공인이 없어. 요선동이 잘 나갈 때 유흥업소가 가장 번성했어. 왜냐하면 관공서가 다 모여 있기 때문이야. 특히 도청이 있잖아. 요선동은 조그만 동네이지만 옛날에는 강원도 전체에서 모르는 공무원이 없는 동네였지. 70년대만 해도 강원도 공무원 중에 요선동 거리 안 걸어본 사람은 없었어. 작아도 그만큼 중심이 되는 동네였다고. 지금은 컴퓨터로 다 하지만 옛날에는 공무원들이 직접 도청으로 와서 일을 하니까. 무슨 거래를 해도 1차로 차 마시고, 2차로 요릿집 가고, 3차로 니나놋집 가고 할 때야. 6·25전쟁이 끝나고 다방부터 차곡차곡 들어오기 시작한 거지. 또 낮에 일하다가 시간이 없으면 여관방을 잡아서 일하기도 하니까 숙박업도 번창을 하고.

얼음 장사를 70년대 중반까지 하다가 78년부터 상수도사업을 시작해서 39년 동안이나 하게 된 거예요. ‘삼일수도’라고 춘천에서는 오래한 편이지. 상수도 공사에도 급수가 있어. 원래 나는 원관은 못 묻게 돼 있지만 옛날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원관을 묻기도 했지. 법원에서 강원대학교 앞으로 해서, 교도소로 해서 죽 깔았어. 굴삭기 같은 것은 나중에야 나왔고 그때는 곡괭이로 땅을 파서 묻는 거지. 땅의 성질에 따라서 작업 속도나 위험한 정도가 다른데 우리 업체는 아니고 춘천의 다른 업체 인부가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서 죽은 적도 있었어. 그렇게, 그렇게…, 30년하고도 9년을 더하고 몇 년 전에 그만 두었습니다. 춘천시와 같이 일을 많이 했어요.

수도관이 많이 설치된다는 것은 춘천시가 많이 뻗어 나가고 발전한다는 뜻이잖아요. 요선동도 아주 발전을 했지. 국가도 열심히 하고, 시의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서로 힘을 모았어. 옛날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요선동이 밤에 캄캄해서 가로등을 세워야겠는데 시에서 돈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가로등을 만들었어. 이쪽집이랑 맞은편 집이랑 줄을 달아서 가로등을 만들었다고. 요즘 가로등보다 더 밝았지. 번영회도 잘 됐지. 서로 힘을 똘똘 뭉쳐서 동네일을 했어. 지금도 번영회가 남아 있지만 젊은 사람이 안 들어와. 번영회는 땅주인, 건물주인들인데 젊은 사람들이 요즘 세상에 땅을 살 수가 있나? 세 들어 장사하는데 번영회 일을 안 하려고 하지. 그래서 번영회에서 세 들어 장사하는 젊은 사람 모임을 따로 만들라고 자꾸 권유하지. 뭉쳐야 되거든.

나는 요선동이 다시 발전하려면 늘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주차시설이 불편하다는 불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게 아니야. 요선동이 예전에 잘 나갔던 이유가 뭐야? 사람이 모여서 그런 거지. 지금 이렇게 된 것도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오면 젊은 사람 좋아하는 상점도 다시 들어서게 돼 있어.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왜 못 오냐? 주차 시설이 없어서 그래. 예전에는 차 없이 다녔는데 시대가 이렇게 됐으니까 주차시설이 있어야지. 가까운 데 주차시설을 큼지막하게 만들고 요선동 거리는 명동처럼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 세가 싸니까 젊은 사람들이 여기로 세를 들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요선동이 다시 살아나는 거야. 지금 육림고개도 잘 되지만 주차시설이 문제잖아. 그러니까 내가 주차시설을 말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야. 건물을 다 뜯어 고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게 도시재생 아니겠어?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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