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각은 청각이라고 한다. 청각의 건강을 가늠하는 것은 가청주파수인데 정상적으로 청취 가능한 음파의 주파수를 말한다. 사람은 보통 20~2만 헤르츠(Hz) 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아주 예민한 사람은 3만 Hz까지도 들을 수 있다). 이 주파수를 벗어나는 소리는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회화 음역은 250~2000Hz 정도이고, 서로 대화할 때 가장 편안한 가청주파수는 200~500Hz다. 나이가 들수록 가청주파수 영역은 줄어든다. 여자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청각 세포가 남자에 비해 20% 정도 더 발달해 있어서 같은 크기의 소리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2000년대 초반 10대의 가청주파수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서 1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이용한 틴벨(teen bell) 서비스가 10대 네티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핸드폰 벨소리가 선생님 귀에만 들리지 않다니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신나는 놀이였을까. 

10세 정도의 어린이는 2만 Hz까지 듣지만 20대에는 보통 17000Hz, 40대가 되면 12000~15000Hz, 60대에는 1만 Hz까지 줄어든다. 개는 4만 5천 Hz, 박쥐는 11만 Hz, 돌고래는 15만 Hz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거리를 주파수로 환산하면 3400Hz라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3400Hz의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데 사람이 내는 소리 중에서 그 주파수를 가진 소리는 울음소리라고 한다. 사람들이 아기 울음소리를 유난히 잘 듣는 이유다.

지구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파하는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영국 플리머스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는 ‘비행의 부끄러움(Flight Shame)’ 운동에 동조해 2주간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4천800㎞ 바닷길 여행을 택했다. 그리곤 전용기를 타고 온 전 세계의 정상들 앞에서 지구의 아픔을 알아달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당신들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들이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의 아픔을 대신하는 10대의 여성이 울부짖다시피 했지만 보청기 고려/권장 수준인 가청주파수 8000Hz 이하의 정상들에게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밝은 미래를 고대하는 행복한 소녀”라고 조롱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청소년들의 제안은 너무 급진적”이라며 발끈했을 뿐이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울음소리를 듣는 마음의 귀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열여섯 살 청소년의 말처럼 우리가 좋아하든 말든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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