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춘천영화제는 지난 6년 동안 춘천시민과 관객들의 응원과 참여 덕분에 해마다 성장해 비로소 춘천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고 이성규 감독 한 사람으로 시작돼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영화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이 가장 큰 힘이자 가치라는 것을 확인했고 고마움과 뿌듯함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내실 있게 성장하는 영화제로 보답하자는 생각으로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예산과 연인원에 한정한 기계적인 비교이지만 춘천영화제의 성과를 공개하자면 상영작 장르가 비슷한 경기도의 모 영화제와 춘천영화제의 예산 차이가 50배임에도 불구하고 참여 연인원은 5배 차이에 불과합니다. 

성과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실상은 많은 부분을 읍소와 재능기부로 거둔 성적입니다.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해마다 어려운 숙제를 떠안는 일이었습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세계적인 영화 도시’를 표방한 강릉국제영화제의 예산 또한 춘천영화제보다 12배가 넘는다는 뉴스를 접하니, 마치 높은 담장을 올려다보는 아득한 심정입니다. 중장기적인 계획하에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예산도 10억 원 이상입니다. 영화제 측 평가회에서 측정한 경제적 가치는 100억 원 이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영화제가 갖는 경제적 기대효과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영화제를 유치하려고 심혈을 기울입니다.

부끄럽지만 춘천영화제의 실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강릉국제영화제의 개·폐막식 비용 1억6천만 원이지만 춘천영화제는 900만 원에 불과합니다. 혹자는 “영화제가 맞냐? 왜 그럴듯한 영화인도 없냐?”고 비판합니다만 ‘예산의 한계’ 때문이라고 궁색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제의 가장 큰 목적이 울림 있는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인데 ‘지역의 독립영화 활성화’를 읍소하며 배급사에 턱없이 적은 상영료, 편당 2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공개하기 민망하지만, 개막식을 의미 있게 빛낸 세계적인 공연자 이은결 마술가의 공연은 재능기부로 진행했습니다. 공연팀 인건비와 교통비, 무대 설치, 장비, 식비를 모두 포함해서 300만 원을 지급했고 장광 홍보대사에게는 3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을 재능기부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지역의 독립영화 활성화’에 일조해달라며 읍소하고 재능기부를 부탁해야 할까요? 해마다 반복되는 극심한 운영난에 대하여 이제는 공론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청회도 좋습니다. 강원도 수부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춘천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화제로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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