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기] 교육이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이 먼저다
[아이와 함께 자라기] 교육이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이 먼저다
  •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 승인 2019.10.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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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믿기지 않는 소식이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자주 뉴스에 오른다.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방임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을 다치거나 목숨까지 잃은 아이들의 소식이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집에 있는 영아를 방치하여 굶기거나, 운다고 폭행을 했다거나 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그 아이들 생각에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웠다. 도대체 부모가 어떤 생각으로 아이를 기르기에 그럴 수가 있을까? “문제야! 양육수당을 수령하기 전 필수로 부모교육을 이수하게 해야 해!”라며 떳떳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정책제안이라도 되는 양 쉽게 이야기했다. 

“젊은 부모들이 낳기만 했지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부모로서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교육 자리를 만들면 누구도 자발적으로 참석하기를 꺼릴 테니, 양육수당 수령 전 부모교육 이수가 필수가 되어야 해요.” 간담회자리에서 입 밖으로 그 말을 내고 말았다.

“선생님! 그건 반인권적이에요. ‘돈 줄 테니 대신 이거해야 한다’ 하는 건 과거부터 오랫동안 폭력적으로 해온 거 아닌가요?” 지금 춘천에서 놀이기획자로 활동하는 김호연 선생님의 반문이었다. 나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매우 부끄러웠다. “아! 내 인권감수성이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다니, 무엇보다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창피했다.” 아이들과 좀 오래 살아 보았으니 그리고 아이들을 좀 더 아니 이 답답한 부모들을 잘 가르쳐서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대단한 전문가라도 되는 양 이야기한 것이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그 자리에서 돌아왔지만 그 이후로 김 선생님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 생각이 부모 당사자들에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점점 확실해지고 부끄러움이 커졌다.

그 즈음 오찬호 씨의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읽으며 젊은 부모 세대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입시, 취업에 목표를 두고 청소년, 청년기를 보내온 그들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업성취만으로 평가받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나 요구는 드러낼 기회가 없이 주변의 요구에만 맞춰야 했다, 학업성취를 이루지 못하면 좌절감으로 학창시절을 보내며, 배경처럼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을 수도 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이루어낸 만족감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세운다. 사람은 개성의 존재이다. 지적인 작업을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마음을 쓰고 나누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손이나 몸으로 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유의 능력들을 누구나 한 가지는 갖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능동적으로 기쁘게 할 수 있고, 시간이 들고 힘이 들더라도 끝까지 이루어낸다. 그 이룸은 사람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가치와 만족감을 맞볼 수 있게 한다. 스스로의 존재감과 가치를 경험한 사람은 비로소 주변을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반인권적 사고’는 변했다. 더 이상 양육수당 전 부모교육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생활할 공간을 부모들과 함께 만들고 가꾸며,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노력한다. 아이들의 소지품 주머니를 만들거나, 원목가구의 손질을 할 때, 긴 산책을 할 때 부모들의 도움을 구한다.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바늘을 잡아본다는 엄마는 아이의 가방에 달 이름표에 예쁘게도 수를 놓았다. 또 다른 엄마는 유투브로 혼자 배웠다는 자수 솜씨로 예쁜 간식 그릇 덮개를 만들어 온 후 우리의 전속 침모가 되었다. 가정의달 꽃바구니 만들기에서 처음 꽃을 꽂아본다는 이는 전문 플로리스트 솜씨보다 아름다운 바구니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침, 저녁 아이들 등·하원을 도우며 친해진 이들은 해 저물도록 함께 놀이터에 있다. 이제는 아동학대 뉴스를 들으면 생각한다. ‘저 엄마와 아빠, 아이의 손을 잡아줄 이웃이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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