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광장서적 대표이사 송규철

서점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주변에서 다들 반대했어요. 3층에 있는 주차장은 뒤편에 있지, 숨겨져서 간판도 안 보이지, 다 망해가는 서점을 왜 하려고 하냐고요. 그런데 저는 다른 마음이 있었어요. 이 서점을 성공시키면 가지고 있는 로망이 다 이루어질 것 같았거든요.

기자는 이 서점을 팔호광장에 있던 시절부터 퇴계동으로 옮긴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5년 동안 살다 다시 춘천으로 왔을 때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작은 도시 춘천에서 서점이 사라지지 않고 말이다. 신기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이 송 대표를 만나게 했다. 

인터뷰를 위해 얼마 전 다시 찾은 그곳. 나무들이 있는 숲처럼 새롭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춘천에서 어떻게 이런 지속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다. 

춘천광장서적 송규철 대표.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춘천광장서적 송규철 대표.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20년이 지났네요. 1999년 2월 마지막 날에 인수하고 첫 영업을 시작했어요. 밤새도록 재고 조사만 했습니다.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옛날 방식 그대로의 서점으로 첫 발을 띄었죠. 매장 공간은 적고 상품으로만 채워지는 그때의 대세로 말입니다(웃음). 그 옆 컴퓨터가게까지 인수하면서 공간을 확장했죠. 팔호광장에서 시작해서 상호가 ‘광장’입니다. 광장에는 모든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모여서 만남을 이루고 소통하는 그런 공간 개념이요. 우리 서적의 모토가 ‘미래를 열어가는 도서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를 이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변화된 ‘공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어른들이 커피 마시며 수다 떨 수 있는 공간, 저자들의 소통 공간,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 이런 공간들과 상품으로 대부분 채워졌던 첫 그 공간을 같이 넣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년 뒤 불이 나서 거의 다 소실되었다. 전체 10억 손해를 보고 보험을 통해 3억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았다. 불이 났을 때 그보다, 직원보다 먼저 나와서 불타는 서점을 보며 울고 있던 고객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다. 그에게나 고객에게나 정말 소중한 곳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오는 도서출판계의 위기, 화재로 인해 광장서적이 겪게 된 고난은 더 아름다운 변화를 위한 전초전이 아니었을까.

“현재 팔호광장 ‘벨몽드’ 자리의 ‘광장’에서 작가들을 모시고 독자들과 대화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했고요. 5시 반에서 6시 반까지는 직원들이 전화받느라 일을 못 했어요. 서점에 있는 아이들에게 집으로 저녁 먹으러 오라고 전해달라는 엄마들의 전화 때문이에요. 파손되는 책도 한 달에 평균 50여 권에 달했고요(웃음). 퇴계동 ‘투탑시티’ 건물로 이전해서는 다양하게 새로운 문화를 접목했어요. ‘미술과 도서’를 통한 문화의 나눔. 큐레이터를 채용해서 미술 작품 전시도 하고 전시회가 없을 때는 동화작가 작품들도 걸고, 그리스로마신화로 유명한 이윤기 작가 등 거장을 모시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어른들에게는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지금의 이 자리로 이전해서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어요. 작은 서점은 다 무너지고 온라인 거대 서점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출판사에서도 적게 찍고 온라인 서점만을 통해 판매하는 서적이 많아요. 참 힘들죠.” 

서점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이 무겁다. 책만 있어도 판매가 되는 시절에서 지금의 변화는 참 빠르고 치열하다고. 도서정가제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5년 동안 인터넷 서점에서만 할인이 되는 혜택으로 수많은 서점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변화는 어떻게 가야 하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요. 책으로만 승부를 걸 수 없으니 다른 품목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일본 ‘츠타야 서점’을 예로 들어볼게요. 음반 회사였는데 서점을 도용한 케이스입니다. 침체기일 때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대표로 인해 성공했습니다. 1층 가장 좋은 자리에 ‘스타벅스’ 커피 매장이 들어오고 다른 공간들을 다양하게 채워갑니다. 스킨스쿠버 장비, 요리책 옆에 냄비, 할리 오토바이, 강아지 미용기구(동물 미장원) 등입니다. 전자제품 접목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습니다. 없는 책은 교보문고에는 다 있다는 것도 옛말이 됐어요. 교보도 이제는 도서를 대폭 줄이면서 다른 상품을 접목하기 시작했거든요. 춘천의 독립서점들도 책 판매는 미비합니다. 커피를 판매하거나 행사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가야 하나. 계속 고민합니다. 1층은 이미 긴 테이블을 두고 북카페로 바꾸었고요. 커피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서 일단 고민 중입니다.” 

생존을 위한 여러 갈래의 고민에서 변화의 과정이 계속되고 있었다. 성공과 실패의 열매들 속에 20년의 열정과 치열함이 얼마나 단단할까. 이것이 변화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인 듯싶다. 책이 줄고 1층이 커피숍이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곳은 반갑게 남아있을 것이다. 

광장서적은 생존을 위한 여러 갈래의 고민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해오고 있다.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광장서적은 생존을 위한 여러 갈래의 고민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해오고 있다.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지난달 5일에 열렸던 전상국 작가와 독자들의 독서모임. 사진 제공=광장서적
지난달 5일에 열렸던 전상국 작가와 독자들의 독서모임.       사진 제공=광장서적

“종이책이 얼마나 축소될 것인가라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때라도 ‘그 누군가’는 팔고 있겠죠! 과감하게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해야죠.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데미안’ 서점이 생기면서 또다시 변화를 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저자들을 만나면서 소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춘천광장독서모임(네이버밴드) 첫 모임을 며칠 전 가졌습니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 8시에 모입니다. 함께 하시죠(웃음). 얼마 전 학교 도서관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바로대출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학교 납품으로 한 달까지 걸리는 신간을 서점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도록 합니다. 지역 도서관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벨몽드’에서 지금까지를 이야기하는 그에게 모든 과정은 변화였고 성공이었다. 광장서적을 드나들며 그곳과 함께 성장한 춘천 사람들이 참 많을 듯 싶다.

"많은 서적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쉰을 넘어가면서도 잃고 싶지 않은 하나는 ‘내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서점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그렇게 살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여러 가지 준비과정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광장서적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고 싶습니다. 광장서적이 시민 서적이 된다면 더 오래도록 남지 않을까요?"

그의 표현처럼 책 판매대가 말을 걸고 늘 반가운 변화가 있는 ‘살아남는 춘천의 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백종례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