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면 집에선 아이들 대상 밀가루를 이용한 놀이나 체험 결합”
“서부영화 등 옛날 영화 상영하는 아주 작은 소극장도 있었으면”

한국전쟁 직후 폐허가 되어버린 요선동을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번쩍이던 불빛과 흥청이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다시 한 번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이도 있었다. 이런 몇몇 요선동 주민들이 춘천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소소한 동네 연구’ 프로젝트에 요선동 도시재생을 주제로 참여해 약 4개월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요선동 도시재생의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민으로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김재경 씨 : 요즘 뉴트로라는 말이 유행이다. 뉴(New)와 복고주의(Retro)의 합성어다. 옛날 것에 새로운 감각을 입힌다면 전혀 다른 매력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낡았다고 손사래 치는 요선동의 오래된 것들이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운철 씨 : 맞다. 춘천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육림고개 청년몰이 있다. 옛날 시장에 새로운 감성을 더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하면 실패할 수 있다. 얼마 전 그곳에 가서 식사를 하며 물어보니 처음과 달리 찾는 사람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반적인 경기 탓도 있겠지만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소한 동네 연구’에 참여한 요선동 주민들. 왼쪽부터 이상현 씨, 권영돈 씨. 선운철 씨, 김재경 씨.

권영돈 씨 : 음식점이나 커피숍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음식점, 커피숍은 그 자체로서 관광객을 유치하기가 어렵다. 다른 동력이 있고 그것에 대한 부대시설로 존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영화관이 있으면 그 주변으로 음식점이나 커피숍이 자연스럽게 들어설 수 있다. 요선동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 

선운철 씨 :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요선동에 오래된 국수면을 만드는 집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밀가루를 이용한 놀이나 체험을 결합시키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상현 씨 : 요선동은 옛 감성을 간직한 공간이다. 또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아주 작은 소극장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한국 영화도 좋고 외국 영화도 좋다. 젊은 시절 서부영화를 무척 많이 봤다. 우리 또래의 나이든 사람들도 추억을 되새기러 올 것이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김재경 씨 : 공감한다. 영화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영화 스튜디오나 세트장을 작게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버렸다. 춘천시가 영화특별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요선동에서 이런 사업을 제안한다면 분명히 응답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상현 씨 :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잘 활용해야 한다. 요선동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도청이다. 그런데 도청이 이전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60년이나 된 도청에 손을 대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요선동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요선동 주민으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타 지역의 사례를 보더라도 관공서가 자리를 옮기면 그 지역은 공동화 되고 피폐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재경 씨 : 도청이 이전한다면 요선동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도에서도 우리의 처지와 주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권영돈 씨 : 도청 이전이 요선동 주민에게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면 좋겠지만 결정권은 도가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에 요선동 지붕수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너무 지저분했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씩 바꿔가다 보면 변화가 있지 않겠나. 어쨌든 요선동이 재생하려면 그러한 원동력의 중심이 문화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옛날의 것을 담은 새로운 문화를 우리 주민들이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정리|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