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인문학 카페’, 강원한국학연구원 유정은 교수의 ‘신사임당’ 강연
“사임당은 ‘주체적’…‘현모양처’는 과거 정권이 만들어낸 이미지”

언덕 위에 위치한 아담한 카페 ‘클잎정’에서 지난 1일 ‘힐링 인문학 카페’ 세 번째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달 17일 강홍림 작가가 ‘춘천에 가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주제로 ‘힐링 인문학 카페’의 문을 열고, 지난달 24일 강원대학교 함복희 교수가 ‘자기 돌봄으로 행복 충전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한 것에 이어, 강원한국학연구원 유정은 교수가 ‘신사임당과 5만 원 이야기’란 주제로 세 번째 강연을 펼쳤다. 유 교수의 강연은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지난 1일 힐링 인문학 카페 세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유정은 교수.
지난 1일 힐링 인문학 카페 세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유정은 교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신사임당을 현모양처라고 생각한다. ‘현모양처 신사임당이 오늘날의 시대상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러나 유 교수는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라는 명제부터 틀렸다고 주장한다. 현모양처로서의 신사임당은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부터 시작해 박정희 정권을 거치며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보수적인 조선 사회에서도 스스로 사임당이라는 호를 지을 정도로 주체적인 삶을 지향했던 인물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스승을 본받는다는 의미의 ‘사’에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을 본받는다는 의미의 ‘임’을 더해 만든 호 역시 그의 주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주체성은 시·서·화로 대표되는 그의 예술 작품으로 발현됐다. 특히 그는 그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산수화에서부터 초충도까지 다양한 그림을 두루 그렸다고 한다.

오늘날 그가 초충도만을 그린 화가로서 인식되는 것은 조선 후기 송시열의 ‘율곡 우상화 작업’ 때문이다. ‘대학자 율곡을 배출하기 위해 그 어머니는 필시 집을 지켰을 테니 산수화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추측이 송시열의 해석의 근거다.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을 거치기 전에 이미 송시열에 의한 이미지 왜곡이 이루어졌던 셈이다.

신사임당의 그림 전해지는 묵포도도(앞면, 위)와 어몽룡의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아래)가 그려져 있는 5만원권. 
신사임당의 그림 전해지는 묵포도도(앞면, 위)와 어몽룡의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아래)가 그려져 있는 5만원권. 

그렇다면 실제 사임당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을 내리는 것이 타당할까. 유 교수는 그 해답을 5만 원권 지폐에서 찾는다. 5만 원권 지폐에는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함께 어몽룡의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가 그려져 있는데, 어몽룡과 이정은 황집중과 더불어 매화, 대나무, 포도를 잘 그린 3절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의 작품과 신사임당의 초상이 같은 지폐에 그려져 있다는 것은 사임당의 작품성이 3절의 그것과 견줄 만하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해석이다.

두 시간 동안의 열띤 강연이 끝나고 기자는 사임당이라는 호 외에 일반적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인선’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사임당이란 호를 사용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현재까지 어느 문집에서도 인선이라는 이름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이 인선이라는 사료적 근거는 없다. 인선이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힐링 인문학 카페’는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가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내년 1월 28일까지 20차에 걸쳐 계속된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카페 ‘클잎정(명주길5번길 44)’에서 만날 수 있다.

유용준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