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강원대 행정심리학부 교수)
김대건 (강원대 행정심리학부 교수)

‘좌파 기득권의 부도덕한 행태’, ‘공정과 정의의 후퇴’, ‘20대의 상대적 박탈감‘, ‘시민들이 두 쪽의 진영으로 갈라지고, 나라가 두 동강 나고 있다’, ‘정치는 사라지고 광장정치만 난무한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검찰의 조직적 반항’ 등등. 현 법무부 장관이 장관으로 지명된 지난 8월 9일 이후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문구와 프레임들이다.

현 사태를 일도양단으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니 혼란스럽다. 필자도 혼란스러웠다. 세대별, 연령대별, 지역별, 이념별 현 정부의 지지층과 반 지지층 별로 각자의 주어진 상황과 처지에 따라 생각하고 있는 나름의 관점이 서로 타당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카더라’ 뉴스가 횡행할 뿐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에 기초해 보면 이건 아니지 하는 것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또한 마음의 상처도 매우 컸다. 

대통령이 이 뜨거운 이슈메이커인 조국 현 법무부 장관을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결정을 잘못하여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훗날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8월 9일 지명 이후 몇몇 주변 지인들에게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얘기한 것이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대한 변혁과 체제론적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도 덧붙여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두 달간의 이례적인 사태들을 보면서, ‘아 이건 광복 이후 7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구체제와 신체제의 전환 시점에 맞부딪히고 있는 정신적 내전과 체제 논쟁이다’, 또한 ‘70년 전 경찰에 의해 해체된 반민특위 해체 사건과 유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을 말한바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부정·부패를 철저히 수사해야 된다는 당위론적인 관점이나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반론적인 관점으로는 조국사태의 이면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언론과 검찰에 의한 인격살인, 부적격 인물에 대한 야당의 반발,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보수 지지자들의 비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70년 전, 1949년에 친일파들에 의한 반민특위가 해체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친일파 청산이 무산되었고, 이어져 일어난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반공과 빨갱이’ 프레임과 그것을 이용한 기득권 세력이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낡아빠진 이념 프레임과 반민족적·반역사적·반민주적인 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말끔히 청산되지 못한 채 있다가, 조국사태로 인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온 것이다. 작금의 사태는 반민특위 해체 이후 7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구체제의 극렬한 저항과 신체제로의 진입을 위한 힘의 격돌로 보인다.

신체제로의 진입과 검찰개혁은 별개로 볼 수 없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흐름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원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입법부·사법부·행정부 통제, 심지어 검찰 옴부즈만 제도를 통한 시민 통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키워온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신체제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신체제로의 전환이 실패한다면 언제 또 이런 식의 격렬한 논쟁이 다시 떠오를지…, 검찰개혁의 이면과 그 이후를 봐야 한다. 미래에도 각자의 생존을 위해 불의하고 어그러진 거대한 기득권 세력과 분단 세력이 만든 체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엄청난 불행이 아니겠는가.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서로 논쟁하면서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상황을 국론 분열로 치닫고 있는 상황으로 보지 말고,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진영 대 진영으로 나뉘어 논쟁하고 있다고 보면 좋겠다. 그리고 70년 전에 마무리되었어야 할 상황이 지금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면 더 좋겠다. 무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치열한 논쟁을 통해 체제 선택의 장이 되면 좋겠다. 필자는 신체제로의 진입을 강력히 바라지만, 향후 집단 지성의 발휘에 따라 종국적으로 선택되는 결과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몫이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필자는 조국 장관 임명 당시 여러 상황을 고려해 51대 49로 임명을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다만, 단 2퍼센트의 차이가 큰 변화로 나아가는 차이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행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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