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 9월 9일자 〈넘쳐나는 ‘먹방’시대, 늘어나는 음식문맹자〉를 읽고

박정아 (금병초등학교 교사)
박정아 (금병초등학교 교사)

《춘천사람들》 9월 9일자 [학교교육 마주하기]란에서 금병초등학교 홍순미 영양교사가  쓴 <넘쳐나는 ‘먹방’시대 늘어나는 음식문맹자>를 읽었다. 필자는 “학교 급식은  학생들이 자신이 먹는 음식을 바르게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시민을 기르기는 교육” 이라고 말했다. 이 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학생들과 함께 학교 급식을 만나는 사람으로 교육적 상상을 더 보태고, 이 상상이 제도화되길 바래본다.

온정과 감성이 담긴 급식 공간을 상상한다

교육주체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밥을 먹는 학교 급식실에는 효율성, 집단성, 수용성, 기능중심의 문법이 작동되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이 나란히 마주 앉도록 배치된 네모반듯한 커다란 테이블과 거기에 고정식으로 부착된 의자, 위생과 견고성으로 포장된 급속성의 식판에 컨베이어벨트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방식을 연상케 하는 배식 방법. 이 공간에서는 오로지 ‘밥 먹는 일’에 집중해야 하고, 아이들은 다음 반 학생을 위해 빨리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잡담(?)은 있을 수 없다. ‘떠들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항변하면 교육자로서 구차한 변명인가? 이젠 급식실이란 말이 식생활 교육관으로 바뀌었지만 과연 그런가? 음식시민 교육의 장으로 식생활교육관이 되기에 충분한가? 먹는 일에 온정과 감성을 부여하는 공간으로 식생활교육관을 상상해본다.

식판 대신 정갈한 그릇에 담아 먹는 상상을 한다

새로 간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이 볼이 아플 만큼 입술을 벌려 밥을 떠 넣어야 했던 성인용 숟가락, 젓가락이 아닌 그들의 신체 조건에 맞는 작은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었다. 좋았다. 학생들이 대접 받고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신체적 성장을 고려하는 관점이 담겨있어 교육자로서 자랑스러웠다. 이젠 식판 차례가 아닐까? 쟁반에 밥과 반찬이 담긴 그릇을 올려놓으면 어떨까? 먹성이 좋은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많이 담아 놓은 반찬 그릇, 적게 먹는 아이를 고려하여 조금 담아 놓은 것을 미리 준비 해 놓으면 학생들은 자기 양에 견주어 반찬 그릇을 스스로 선택해 쟁반에 담을 것이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것이기에 다 먹게 될 것이다.  여기에 밥과 국만 알맞게 떠준다면 자율 배식의 교육적 가치까지 실현할 수 있다. 수량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잔반의 양도 훨씬 줄어 들것으로 예상한다. 

영양교육을 상상한다

급식소 한 켠에는 한 학급이 들어갈 수 있는 영양 교육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공장식 급식소에서 영양교사의 영양교육이 가능할까? 음식시민의 가치를 펼칠 실질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식단의 영양가치, 편식습관 고치기, 먹거리 선택과 건강, 생태와 먹거리, 급식을 매개로 친구관계 연결해주기, 식사예절, 먹거리에 대한 감사함을 나누었으면 한다. 더불어 이 공간에 조리 시설까지 갖추어 음식 만들기 수업도 담임교사와 함께 할 수 있고, 영양교육과정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의 연대를 상상한다

학교 급식의 식재료와 조리방법은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하기 때문에 시중의 음식과는 다르다. 제철 재료와 로컬 푸드,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한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반찬의 간도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급식의 맛은 낯설 수 있다.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익숙한 맛에 대한 요구, 강렬한 염도의 요구, 육류에 대한 요구, 인스턴트 식에 대한 요구가 민원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학교 급식을 수요자의 위치에서 만족도로 접근하기 보다는 바른 먹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연대자의 위치에 학부모가 서주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급식운영비 확충, 조리사들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는 급식 비품 구입 예산의 확충, 급식 교육을 위한 교구 구입의 편성과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예산 편성 참여제’를 이용하여 요구해주었으면 한다. 학교 예산으로 미처 확보할 수 없는 예산은 아이 기르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금이 학교 급식 교육에 쓰일 수 있도록 연대해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