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의 영향인지 기온이 뚝 떨어져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높은 산에는 벌써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주말에 새 차를 산 기분으로 아내와 드라이브 삼아 간 곳은 장학리에 있는 민성기 가옥이다. 명당의 기운이 느껴져 아내와 바람 쐬려 가끔씩 들려 산책을 하고 오는 곳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바라 본 민성기 가옥
외부에서 바라 본 민성기 가옥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민성기 가옥은 1985년 1월 17일 강원도문화재자료 제66호로 지정되었다. 휘문중학을 설립한 친일파 하정 민영휘의 묘가 있는 민 씨 묘의 묘막을 관리하기 위해 지은 가옥이다. 원래 화천에 있던 민가를 이곳으로 옮겨다 지은 것으로 재실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일반가옥의 구조를 지니고 있고 한말인 1900년대 초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물구조는 ㄱ자인 안채와 ㄴ자인 사랑채가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ㅁ자 평면을 이루고 있다. 안채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윗방·안방·부엌을 두었고 오른쪽에는 건넛방을 배치했다. 부엌 쪽은 옆면의 지붕선이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이지만 건넌방 쪽은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사랑채는 광·방 2칸·부엌으로 구성된다. 지붕은 안채와 마찬가지로 한쪽은 맞배지붕, 다른 한쪽은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다. 가옥 전체를 토담으로 처리하고 기와를 얹었다.

현재 집 관리인이 상주해서 살림집으로도 쓰이고 있으나 출타 중인지 키우는 강아지 2마리가 외지 방문객을 경계한다. 

민성기 가옥 내부(왼쪽 사진). 관리인이 상주하고 살림을 살고 있다. 민영휘의 묘에서 바라본 가옥 주변 풍경(오른쪽). 망부석이 일본풍이라고 한다.
민성기 가옥 내부(왼쪽 사진). 관리인이 상주하고 살림을 살고 있다. 민영휘의 묘에서 바라본 가옥 주변 풍경(오른쪽). 망부석이 일본풍이라고 한다.

묘막인 민성기 가옥보다도 입구에 심어진 커다란 정자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주변의 소나무 숲길이 좋다. 가옥 뒤쪽 언덕위에 위치한 한말의 세도가이자 친일파인 민영휘의 묘가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오르면 풍수지리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명당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의 묘지가 이렇게 좋은 춘천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풍광도 멋지고 아름답다. 이제 본격적으로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 더욱 멋질 듯싶다. 묘지 주변 능선 길을 따라 산책하는 코스도 가벼운 운동이 되어 좋다. 산책 후 입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씁쓸함을 털어낸 주말 오후였다.

민성기 가옥(동면 노루목길21)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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