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아이 셋을 키우면서, 더구나 몸이 아프고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교육이 더 나은 방법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늘 무거운 숙제였다. 몸이 약하고, 발달이 늦은 아이라서 오히려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더 제한되는 악순환이었다. 

일주일에 30분 가량 놀이를 할 수 있는 사설 프로그램에도 데려갔었지만 한 번 다녀오면 함께 수업하기 싫다는 다른 엄마들의 불만으로 수업료를 내고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유치원에서도 아이와 같은 반 되기 싫다는 엄마가 재배정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거듭되면 일반 학교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참 불안하고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앞선 걱정으로 대안학교 설명회를 다니고,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 시설과 담당선생님들의 인상을 직접 확인하기도 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의 학교를 보내기 위한 작전(?)을 짜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학교가 어디 있으랴. 

고민의 쳇바퀴에서 맴돌 때 구세주는 바로 딸아이였다. 장애가 있는 동생을 같은 학교에서 누나가 데리고 다녀야 맘이 편하지 않겠냐는 말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그렇게 둘째 아이는 1년을 유예하면서까지 열심히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입학을 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생활은 너무 고된 것이었다. 통합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눈높이가 맞지 않아 보릿자루가 되기 일쑤였다. 할 것이 없어 연필이 부러지도록 낙서를 해놓은 구멍 난 종이. 책상 안에 수북한 종이들을 보며 학교라는 공간이 적어도 내 아이에겐 버텨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확인을 하게 된다. 또 수업시간을 잘 알지 못해 챙기는 사람 없이 운동장에 방치된 사건이라도 알게 되면 아이를 학교 밖으로 구해내고 싶은 맘은 더 굴뚝같아졌다. 실제로 학교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침식탁에서 눈물을 떨구는 모습에 일주일간 집에서 지내게 해보기도 했었다.

특수교육을 잘 알지 못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학교 밖 교육을 한다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가 견디는 채로 흘러가는 시간은 뭐라도 해 볼 시간과 맞바꾸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지역을 활용하는 패턴을 만들어갔다. 제일 좋아하는 공차기는 애니메이션박물관 뒤 잔디마당에서, 또 돗자리와 도화지를 펴면 야외미술교실이었다. 공지천 산책로가 걷기코스, 문화 활동은 한 달에 한 번씩 문화예술회관 공연관람으로, 토요꿈다락 프로그램이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살피고 만나면서 사회성을 키워갔다. 

배우고 싶은 것은 아이의 동의를 얻어 복지관이나 지역기관을 연결해 시간표를 만들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학교 너머를 열린 배움터로, 직접 설계하는 또 하나의 학교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불편하고 답답했던 마음에 숨구멍은 트일 수 있었다. 

이번 《민들레》에서도 학교를 ‘못’가기도 하고, ‘안’가기도 한 홈스쿨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여러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서로 향하는 곳은 ‘학교’라는 것에 방점을 둔 교육의 관점보다는 아이와 가족이 ‘삶을 전환하는 방법’으로 배움을 만들어가라는 메시지였다. 

시대가 변하고 전환적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흐름에서 《준규네 홈스쿨》 저자인 김지현작가는 “학교를 넘어 좁게는 마을, 지역(…) 더 나아가 해외나 인터넷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이 사회를 배워나가는 것”을 ‘소셜스쿨링’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와 지역이 울타리를 넘나드는 공동체가 되고, 학교 밖 어디서라도 발 디딜 사람에게 징검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더 큰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그런 학교에선 누구라도 배우고, 만나고, 삶이 학교 안에 자연히 담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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