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독후감상문대회 수상작

집에 있고 싶었던 9월의 토요일, 오후 2시, 어느덧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청소년수련관 꿈마루에 들어서고 있었다. 

김중미 작가와 춘천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학생 언니, 오빠의 플루트 연주로 ‘바람의 빛깔’을 들으며 내 마음을 들어주지 않고 그곳에 데려간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이어지는 복화술 극을 보며 웃는 동안 나는 이미 그 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김중미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패널 토론, ‘작가님~ 질문 있어요!’를 지켜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평소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책을 혼자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런 곳에 참여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독후감을 쓰며 엄마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작품은 인간과 고양이가 이 세상에서 함께 살며 벌어지는 소소하고 따뜻한 책이지만,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책 초반에 짧은 다리 고등어 무늬 고양이 모리는 독립한 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새끼를 잃은 채 시장 주차장에 기절해 있다가 연우 아버지의 눈에 띄어 같이 살게 된다. 연우네 집에 가게 된 모리는 이 집에 이미 있는 또롱이와 친해지고 같이 놀며 여러 상식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방충망을 뜯어 서로 몰래 나간 날, 또롱이는 놀다 흰 개에 물려 죽었다. 

또 크레마는 길을 떠돌다 은주랑 살게 되지만, 분노조절장애인 은주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다 시력을 잃고 은주 엄마를 보호하려 은주 아빠를 문다. 은주 아빠는 정신병원으로, 엄마는 아는 지인 식당에서, 은주는 기숙사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다. 그리고 흩어지면서 크레마는 연우네 집에 맡겨진다.

마루는 같이 살던 대학생 보미가 고시원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어떤 여자에게 입양되었는데 일주일 동안 베란다에 갇혀 있게 되고, 그녀가 마루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치와와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아픈 척을 했다. 결국 보미는 다시 마루를 데리고 온 뒤 마루를 길가에 놔두고 오게 된다. 크레마와 모리는 마루를 맞아주며 냄새를 기억하려 하지만 집고양이로만 살다 갑자기 버려진 트라우마가 컸는지 거부한다.

연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사회복지사였던 엄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가족 간의 추억은 별로 없다. 아빠는 엄마의 죽음을 과로사라고 인정받으려고 고군분투할 때 연우는 외할머니 댁에 거의 맡겨지듯이 있었다. 엄마 따라 하늘나라로 가겠다는 외할머니를 막으려 다시 학교에 가지만 따돌림을 당하고, 급기야 아빠가 올 때에는 여름인데도 연우는 패딩을 입고 있었다. 심리치료를 받다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거기서 또롱이를 만나고 트라우마를 극복했지만 또롱이가 죽고 힘들어한다.

마지막 장에는 연우와 고양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연우도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연우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긴다. 평소 연우는 맨날 땅만 보고 이어폰을 꽂은 채 걷다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하지만 점점 마음이 치유되고 새 가족이 생긴 뒤 이야기는 끝났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를 인간들과 치유하는 고양이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서로를 감싸며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인상 깊었다. 특히 고양이와 연우가 서로 소통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는데, 단순히 고양이는 애완용이 아닌 가족이라는 일깨움을 주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이런 따스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구나현(만천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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