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독후감상문대회 수상작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 상처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타인과의 갈등, 타인으로부터의 외면과 무관심, 혹은 소중한 타인의 부재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내상을 입는다. 그런데 한 사람에게 상처란 감추고 싶은 가장 어두운 내면의 일부분이다.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게 때문에, 자꾸만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어진다. 《그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의 연우도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경험을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바로보지 못하는 연우의 모습은 게으름이 아니라 차라리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연우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또롱이라는 고양이에게 애착을 쏟는다. 연우 아빠는 엄마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괴로운 나머지 연우와 함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상처를 메우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바로 보고 ‘진짜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용기와 힘으로 우리는 새롭게 또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상처를 이겨내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매우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연우도 처음에는 상실의 트라우마를 오롯이 혼자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에 대한 관심을 끄고 눈과 귀를 닫고 살았다. 그 슬픔과 그리움의 감정은 함께 사는 아빠와도, 자기를 돌봐주는 외할머니와도,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과도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우는 유일하게 또롱이에게 마음을 쏟으며 그 상처를 잊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연우는 모리와의 관계를 통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모리는 또롱이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우울증과 당뇨를 앓으면서도 끊임없이 연우에게 다가가 소통하려고 했다. 처음에 연우는 그런 모리에게 거부감이 들었지만, 점차 모리가 하고 있는 것이 ‘위로’이자, ‘상처를 함께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 인물들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생에서 큰 상실을 경험하거나 곪아버린 상처를 지닌 사람은 더더욱 타인과 감정적 교류를 하는 데 서툴 수밖에 없다. 연우도 그 중 하나이고, 아빠와 고양이 마루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 연우 아빠는 마음의 문을 닫아걸은 연우에게 계속해서 빗장을 풀도록 다가가고 노력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음을 고백한다. 사랑받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지 못했다고 후회한다. 이들이 키우게 된 고양이 마루도 어렸을 때 어미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에 다른 고양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연우는 아빠와 마루의 모습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이내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성장해간다.

그렇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내놓은 답은 ‘소통’이다. 작가는 연우와 고양이들의 이야기에서 타인과의 소통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고양이-사람 간의 ‘종’ 차이와 ‘언어’의 차이라는 장애물로써 드러내고 있다. 크레마는 은주와 생활하면서 재개발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야기한 은주의 상처를 위로하고자 그녀와 소통을 시도한다. 크레마의 울음소리를 언어로 해석하지 못하는 은주는 이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마음이 통한 둘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모리 또한 또롱이의 죽음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도, 함께 아파하는 연우를 위로하고자 그에게 다가간다. “나랑 얘기 좀 해. 나를 봐. 나 너랑 얘기하고 싶어. 내 눈을 봐줘” 하고 말한다. 이렇듯 소통에는 타인에게 닿기 위한 용기와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필요와 감정을 헤아릴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학창시절과 잠깐의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나는 연우와 모리, 크레마, 마루 같은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때로는 내가 그들이기도 했다. 사회의 여러 집단들 속에 부대끼고 살아가면서,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런 특징들이 사회에서 무난하고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기준에서 벗어난 것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혼자 추리소설을 읽는 아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일에 골몰하는 아이, 말이 어눌한 아이, 항상 무표정인 아이, ‘쿨’한 것이 우상시되는 시대에 혼자 ‘진지충’으로 불리는 아이…. 그런데 이들 모두는 각자의 마음속에 보물을 지니고 있다. 그 보물은 상처를 이겨내는 용기와 힘,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런데 하나의 획일적인 잣대를 놓고 모든 사람들을 재단해 버리면 그 보물은 빛을 잃어버린다. 결국 각자의 존재감은 다름에 대한 관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연우처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의 보물을 찾아내고 알아주는 나로 성장하고 싶다.

이서린(온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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