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독후감상문대회 수상작

2019년은 내 인생의 시작점과 같은 해이다. 그 동안 잊고 있던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고마운 해이기 때문이다. 서른네 살이 되어서야 말이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았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이런 나에게 찾아온 고마운 책, 김중미 작가의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라는 책이다. 김중미 작가는 고등학생인 무렵 TV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읽기 프로젝트를 하는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소개되어 친숙한 작가였다. 한동안 전문서적을 읽으며 딱딱해진 나의 마음을 소설로 부드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독후감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 그런 기분이 내 삶의 활력소처럼 작용하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독서란 것이 이래서 위대하구나.’ 다시 한 번 독서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연우아빠, 연우, 모리, 크레마, 마루 이렇게 다섯이다. 각자의 사건들이 결국엔 연우 가족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정독을 두 번 하면서 그 어떤 캐릭터 보다 연우아빠라는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이 캐릭터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연우 아빠는 세 번의 특징 변화가 있는 인물이다. 첫 번째 변화는 연애시절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함을 이겨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운명적인 사람이 찾아온다. 훗날 연우 엄마가 된 여자였다. 둘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둘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그녀가 넓은 관점에서 꿈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그는 내일만 보며 살아가는 인생이었다. 그녀는 그의 부족함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가족이 됨으로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변화는 연우 엄마의 죽음이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준 여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가 떠난 후 즐거운 기억보다 슬픈 기억들이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의 슬픔은 소설 속 어떤 인물들보다 더 컸을 것이다. 소설 중 연우와 그의 대화에서 그들이 부부싸움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넓은 의미에 삶에 대해, 그는 현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던 그녀가 떠난 것이다. 그녀의 떠남이 그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이전에는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와 가족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면 다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살필 줄도 알아야 하고 돈도 벌어오는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강화도로의 이사이다. 이 장소는 중요함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장소로서 지금부터 그는 변할 것이란 것을 암시해 준다. 그는 주위에 부족함이 있거나 버림받은 동물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연우가 쓸쓸해 할까봐’ 라는 이유였다면 동물을 분양을 받아 키우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자부심을 느꼈던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 라는 생각을 이어받을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사 후, 그의 성격은 ‘무거운 짐 진 자, 내게로 오라’ 라고 말한 예수와 같은 성격을 보인다(작가가 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우와의 관계를 주체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기다려주는 아빠였다. 또롱이의 죽음, 복동이의 죽음도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고 있다.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엄마로서의 역할이 부족한 그와 사춘기 아들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시행착오인 것이다. 난 여기서 연우아빠의 큰 그림을 보았다. 성격과 살아온 환경이 다른 동물들을 받아들여 연우와 함께 부딪혀 그 간격을 줄이려는 큰 그림 말이다. 책을 읽으며 이 부분에서 감탄했다. 그와 연우,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연우아빠 이야기가 있다면 내가 한번 써보고 싶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내게 던져줬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나요?’, ‘그들을 이해하고자 했나요?’ 우리는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렇다. 마루 이야기 중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 나눠보고자 한다. 

“마루야, 나는 보이지 않아. 너나 모리처럼 처음 만난 고양이나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눌 수가 없어. 눈이 보이지 않는 나는 내 앞에 있는 고양이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성격이 급한지, 느긋한지, 나한테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 금방 알아챌 수 없어. 그래서 나한테는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주고받고, 그루밍을 하는 게 특히 중요해. (……) 우리를 지켜보면 우리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모리 마음을 읽거든. 보이지 않아도 모리가 앉아 있는 자세, 모리의 숨소리를 느끼며 모리 마음을 알아내. 그루밍이 어려우면 모리랑 나를 잘 관찰해봐.”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첫인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어려운 일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할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렇다. 위의 말처럼 관찰하고 이해하는 습관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써주신 김중미 작가와 ‘2019 춘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주관한 《춘천사람들》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진심으로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승호(후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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