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2018년 5월 춘천시 신청사 시대의 막이 올랐다. 1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기에 사업계획과 규모의 적정성 측면에서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낡고 비좁은 구청사를 대체하여 ‘시민을 위한 시청’을 만들겠다는 대전제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면서 큰 무리 없이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3월, 시는 시의회 뒤편 주차장에 90억 원을 들여 ‘시민소통공간 부대시설’을 건립하겠다며 시의회에 관련 계획을 제출했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신청사 입주 1년도 지나지 않았고, 현 청사 내는 물론 시 소유의 여타 공간의 활용에 대한 검토도 없었으며, 시민의견 수렴 역시 불충분하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해당 계획을 상임위 차원에서 삭제하였고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는 10월 시의회 임시회에 또다시 ‘시청사 부대시설 건립’ 계획을 포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 9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3천㎡로 만들겠다는 계획에서 10월에는 1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5천㎡로 만들겠다며 오히려 규모를 더 늘렸다. 

이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커녕 춘천시민 대부분은 최근 몇몇 방송뉴스에서 다뤄지기 전까지는 추진되다 좌초되고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시의회에서 분명한 이유를 들어 제외했던 부대시설 건립 계획이 어떻게 소리 소문 없이 다시 살아났을까?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시가 의회만은 충분히 설득했다는 것인가? 시의 이번 ‘시청사 부대시설 건립’ 재추진은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민과 의회를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다.

혹시 이번에 시의회에 다시 제출된 ‘시청사 부대시설 건립’계획 자체의 설득력이 있지는 않을까 살펴봤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계획안 내용을 보면 ‘시청사 부지 내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부대시설을 건립하여 시민과 의회, 행정이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진정한 시민이 주인인 시청사를 조성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청사 협소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 시민공동시설로 이용하여 시민, 의회, 행정이 함께하는 시청사 조성을 기대효과로 밝히고 있다. 어떤 설득력 있는 근거도, 공간 활용계획도 찾아볼 수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의회 통과 이후 사업추진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계획안의 단지 몇 줄이 천억을 들여 신청사를 만든 지 겨우 1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12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여 부대시설, 아니 사실상의 시청 별관을 추가로 신축한다는 이유일뿐이다. 혈세를 투입해 새로 건물을 지어야만 시민을 위한 시청사가 되는 것인가?

이재수 시장은 시정 철학을 밝힌 당선 기자회견에서 ‘시민이 주인인 춘천, 행복한 춘천 시민정부’를 이야기했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위임하고 시는 집행만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집행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시민에게 찬반을 묻는 방식에서는 탈피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의 이번 ‘시청사 부대시설 건립’ 추진과정을 보면서 이러한 원칙은 선택적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의회 소관 상임위에서 사실상 시의회를 무시하고 다시 제출된 ‘시청사부대시설 건립 계획’의 문제를 지적하고 시에 되돌려 보냄으로써 시민이 부여한 시정 감시와 견제자로서의 의회 권능을 시 집행부에 보여주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도 시의회가 ‘당의 입장’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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