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요즘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들이 교육계 안팎에서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흐름처럼 느껴지는 ‘마을교육공동체’와 관련해서 포럼, 심포지엄, 컨퍼런스 등이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고, 춘천시도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 시민학교)를 모티브로 한 ‘춘천시민학교’를 한창 논의 중에 있다. 기본적인 교육학에 대한 배움이 없었던 나도 감사하게 초대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배우며 고민하며 자극받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고 근원적인 삶의 문제로 생각이 미치게 될 때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고민들과 시도들이 이어지는 것일까? 공교육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아이나 청년이나 어른이나 ‘행복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교육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노력들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별빛의 아이들’이 시골마을의 작은학교에서 공교육과는 조금 다른 내용과 형태로 운영되는 모습이 그 갈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떤 정책의 흐름이나 이슈가 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며 행복감을 맘껏 느끼는 아이들의 삶이 조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을교육공동체’나 ‘폴케호이스콜레’에서 엿보이는 공통점이 있는데, 현재의 학교나 사회에 만연한 성공과 경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삶’과 ‘행복’에 대한 관점이다. 기존의 학교가 이 두 가지, ‘삶과 행복’을 위해 완전한가에 대한 질문이 다른 활로를 찾고자 하는 고민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별빛’은 종종 학교 밖 학교, 마을학교로 불린다. 학교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부담감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은 없다. 아이들은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아갈 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가르쳐야 하지만 아이들은 배움만을 위한 객체가 아니다. 주변의 친구들, 어른들, 마을 어르신들 심지어 주변의 자연과 곤충, 식물들과도 함께 살아가며 이야기하고 관계하면서 서로 배우고 채워가며 성장하는 ‘행복한 삶’일뿐이다. ‘별빛’의 몇 가지 운영철학 중에 ‘잘 살피고 잘 들어주자’,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에 자유를 주자’라는 항목이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 말하고 싶고 물어보고 싶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끝없이 가능한 한 들어주고자 하는 것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극과 동기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말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에게 배움의 선택적 자유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별빛의 모습이 ‘마을교육공동체’나 ‘폴케호이스콜레’의 정신과 비슷해 보이는 듯하다. 

지난여름부터 얼마 전까지 10주 동안 10명의 서울 청년들이 별빛에 와서 시골살이를 하고 갔다. 2주씩 별빛과 시골 마을에서 ‘이주 살이’를 한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한 청년들, 휴직하고 쉼이 필요한 청년들, 삶의 전환을 고민하는 청년들, 다 저마다의 이유로 쉽지 않은 2주간의 결정을 하고 시골 마을로 찾아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줄 몰랐어요.”, “여기 아이들 너무 행복해 보여요.”, “기회가 된다면 여기 살고 싶어요.” 등등 대체로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하고 간 듯하다. 마을교육공동체나 춘천시시민학교에 대한 노력들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학교’로 성장해서 성공과 경쟁 중심의 우리 사회에 전환의 쉼을 위한 의미 있는 돌파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학교가 진정으로 삶에 이로움을 주는 교육기관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이 학교에서는 교육도, 학교 자체도 그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되고 오로지 삶만이 그 필요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 학교는 삶을 있는 현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삶의 유용성을 증대시키고 밝히는 데에만 주력해야 한다.” - Grundtvig, 《삶을 위한 학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