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임형석 대표/자활명장

최근 우리 사회는 소득에 따른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년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고·저소득층간 자가 보유율 차이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특히 저소득층 주거 환경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 등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59만 7천 명에 달하고, 비닐하우스 쪽방 등 비(非)주택으로 분류되는 곳에 사는 경우도 39만 4천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주거빈곤아동, 청년주거난민, 쪽방촌 노인 등 주거와 관련된 빈곤과 불평등은 세대를 막론하고  심각한 수준에 있다. 

주거기본법 제17조에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이 정해져 있다. 주택은 하수도 시설이 완비된 부엌, 화장실, 목욕시설을 필수로 갖춰야 하고, 가구 구성원 수에 따른 최저 주거면적도 명시되어있다. 근래에는 각종 주거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에 따뜻한 물과 채광, 소음과 같은 환경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 용역보고서도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조차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많은 게 현실이다. 

임형석 대표/자활명장
임형석 대표/자활명장

강원도주거종합계획(2018)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역시 전국 수준과 비교하여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최저주거수준 미달가구도 2017년 3만 1천 가구 가량으로 여전히 많은 상태이다. 또한 도내에는 30년 이상 경과주택 비율이 22.7%로 전국 17개 시도 중 네 번째로 높은 편이다. 특히 영서지역과 군지역의 주택노후도가 높은 상태로 나타났다. 

도내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운데에 지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강원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곳은 2014년에 도내 13개 시군의 주거복지 자활기업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사회적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형석 대표를 만나 ‘강원주거복지사획적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그는 200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춘천1호 자활기업, ‘새희망건축’의 대표였고, 현재는 강원도 1호 광역자활기업, ‘강원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이자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상임이사다. 

그의 고향은 횡성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과 같이 춘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지금까지 춘천에 살게 되었으니 사실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어떻게 자활 기업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저는 자활 사업을 한 게 아니에요. 사실은 따지고 보면 자활 기업에 들어간 거죠. 당시(2002년) 춘천에서 ‘새희망건축’이라고 하는 1호 자활기업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같이 결합을 한 거예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남들보다 늦게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 후 일반회사에서 회계 관련 총무 일을 3-4년 정도 했는데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다. 퇴사 후 몸으로 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업전문학교를 6개월가량 다니면서 전기설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때마침 춘천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자활기업 ‘새희망건축’ 창업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자활사업 참여자를 포함한 창업자 6명은 공동체 개념을 가지고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정부 사업을 기본사업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비즈니스가 없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인력이 계속 변동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새희망건축’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도내 주거 수리 자활기업들과 연대하고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2011년에 ‘조합’ 설립을 이끌었다.

당시 협동조합기본법이 수립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주식회사로 시작했고 2014년 협동조합으로 전환, 2018년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다시 전환했다.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이후에 굳이 다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임 대표는 “일반 집수리 업체와는 사업성격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잘라 말한다.  

"우리는 수요자가 요구하는 사항만 하는 게 아니라 100원을 받지만 때로 110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렇게 해주기도 합니다. 일반시장 업체들은 그렇게 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죠. 그리고 우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아닙니다. 대상가구들이 필요로 하는 걸 발견하고 얘기해줘야 되는 거죠."

다시 말해 시공 수행자의 편의성보다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필요를 중심에 두고 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 하나를 들었다. 올해 조부모, 손자, 손녀로 구성된 4인 가구의 집수리를 하게 되었는데 방이 하나였다. 집주인이 공간 분리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성별 분리가 되어 생활할 수 있도록 방을 하나 더 만드는 계획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했다. 집수리가 끝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배려를 받았다고 느낀 할아버지께서 매우 기뻐하는 걸 보면서 뿌듯했고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집수리 가구의 현장을 방문하여 실사중인 임형석 대표
집수리 가구의 현장을 방문하여 실사중인 임형석 대표(안쪽)

임 대표는 올해 4월에 자신의 사업장인 ‘새희망건축’을 ‘조합’으로 통합시켰다. 사실은 폐업한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질타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더 장기적인 목표가 있었다. ‘조합’이 지속성을 가지고 주거복지 분야에서 확대·재생산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4~5년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욕 많이 먹었죠(허허허). 월급쟁이가 되는 거니까요.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업을 하면 얼마나 더 하겠습니까? 짧게는 5년 정도이고 길면 10년까지인데 이걸 재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내 기업이라는 개념 비슷하게 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계속 재생이 가능한 기업으로 가야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고요.” 

‘조합’이 꾸준히 이어져 온 비결에 대해 묻자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모든 조합원사가 자발적이고 자주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때로 비협조적이기도 하고 갈등이 생기고, 초창기와 달리 이탈하려는 힘이 생겨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적극적인 몇 개의 조합원사를 축으로 중심의 힘을 키워 바깥으로 분리되려는 조합원사를 끌어당기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도내 주거복지 자활기업으로 구성된 조합을 이끌며 18년 동안 노력해온 임 대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 10대 자활명장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앞으로 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사회적협동조합이면서 동시에 자활기업으로서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거복지와 관련한 제도나 정책에 대해 할 말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어조로 말했다. 강원도 및 18개 시군에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개선을 넘어 주거권 확보를 위한 주거복지관련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원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사람만큼이나 집도 노후화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주거복지 전문가로서 임 대표와 ‘조합’이 앞으로 지역에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미연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