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독후감상문대회 수상작

아…, 책장을 덮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눈물 때문에 얼룩진 책장이 마르기 전에 다음 장을 넘겨 내달려 읽다 보니 갑자기 덮어야 하는 끝자락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피엔딩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등장했던 녀석들을 하나씩 떠올려가며 명상에 젖은 채 축복기도를 올려본다. 그 순수한 영혼들이 부디 지난날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평안이라는 의미를 삶으로 누려보기를…. 방랑의 자유를 포기하고 인간의 가족 울타리에 들어온 녀석들이 부디 인간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기를….

“아기들이 자라 내 곁을 떠날 때까지 안전하게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새끼들의 보금자리를 통째로 잃어버린 모리의 말이 한참 동안 나를 괴롭혔다. 인간인 나의 잘못인 것 같아 괴로웠고 어미가 되어본 자들의 본능이 인간이나 동물에게 동일하게 존재함을 잠시라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오래 살다보니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마침내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주인공들을 글로 표현해 준 작가의 재치에 감사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나의 경우에도 가끔 넋두리를 들려주거나 축복기도를 해주지만 이 녀석들의 대꾸를 받아본 적은 없다. 산책을 하러 나가자고 할 때면 꼬리를 흔들며 좋다고 하는 정도, 기다리라고 하면 풀죽은 표정으로 낑낑거리는 정도이지만 분명한 것은 동물 가족들이 나를 좋아하고 나와 더 오래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도 언젠가 아롱이, 몽실이 곰돌이와 대화가 가능해지는 그날을 기대하게 되었다.

연우라는 아이의 성장소설이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모리, 크레마, 마루, 레오, 또롱이, 진국이, 복동이의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반려동물이라는 말 대신 가족이라고 불러야 할 주인공 친구들! 요즘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라도 따뜻한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가족이 원수가 되고 짐이 되고 남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하는 경우가 주변에 종종 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님에도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서로의 성장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영혼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오히려 인간이 아니기에 온전히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자주 내가 인간인 것이 부끄럽다고 느꼈고 또 이런 인간을 사랑하고 의지하는 녀석들 때문에 마음이 저며왔다. 자신의 것을 많이 내어주며 동물 가족을 감싸준 연우 아빠, 연우, 은주 언니, 보미 언니에게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책을 통해 얻는 교감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먹해서 울고, 울 수 있어서 기쁘고, 또 당연하지만 울어서 슬펐다.

일찍 엄마를 잃어버린 연우를 찾아와 아무도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을 놀랍게도 아프고 슬픈 동물들이 어루만져주어 주었다. 등장하는 그들의 영혼이 사랑스럽다기보다 경이로웠다. 자연의 신비는 이런 것이 아닐까? 흔하디 흔한 길거리 동물들이 어느 날 특별한 나의 고양이가 되고 나의 강아지가 되는 기적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집에도 어릴 적 입양된 두 마리의 믹스견(시골에서 두 마리에 만 원 주고 남편이 귀엽다고 사들임)과 6살에 주인에게 버림받고 우리 집에 와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앞 못 보는 늙은 포메리안 한 마리가 있다. 이들도 자신들의 서글픈 사연을 뒤로 한 채 그렇게 어느 날 우리 집에 와서 특별한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이들의 순수한 눈동자를 바라보면 탐욕과 이해관계로 얽혀 지쳐가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주인이 해주는 처분대로 살 수 밖에 없는 무능(?)하고 연약한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나는 전능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나의 때 묻은 삶이 순수함을 필요로 할 때 이들의 욕심 없는 순수한 사랑 앞에 다가가게 된다.

상처 입고 버림받은 외로운 영혼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되어 준 연우네 집을 들여다보는 행운이 무더운 이 여름에 나에게 찾아올 줄이야. 이 책을 접하게 해주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과 학교 독서모임에 감사를 드린다.

오세정(후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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