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사실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고양이와 사람의 우정 소설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사람의 시점과 고양이의 시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마음을 열면 같이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는 엄마를 잃은 연우와 재개발반대 시위로 인해 가족이 분열되는 아픔을 앓는 은주가 나온다. 그들의 곁에 있는 상처를 가진 네 마리의 고양이가 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에필로그에 보면 작가가 실제로 키우고 있는 네 마리의 유기묘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엄마와 갓 독립한 고양이 모리는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사냥도 못 하고 다른 고양이한테 항상 맞고 살았다. 나중에는 자신을 옆에서 도와준 고양이 아줌마가 자기 때문에 죽고 나서 많은 죄책감을 느꼈다. 쓰러진 자신을 보고 길에서 주워간 아저씨 집에는 또롱이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또롱이와 친해지면서 자신감도 얻고 삶이 잘 풀리나 싶었지만 또롱이는 개한테 물려 세상을 떠나고 모리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연우한테 미움을 받는다. 결국에는 서로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지만. 모리와 연우 둘 다 엄마를 그리워했다. 모리는 독립 이후 엄마와 이별하게 되고, 연우의 엄마는 과로사로 죽는다. 둘 다 이별한 사람을 잊는 과정에서 괴로워한다.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평생 수영장 물에서 살아가는 느낌일 것 같다.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냥 수영장 물에 떠 있는 낙엽처럼 삶을 사는 느낌일 것 같다. 스스로 헤엄치지 못하고 그렇게 힘없이 흘러가는 그런 삶 말이다. 소설 속 연우와 모리의 슬픔이 깊게 느껴졌다.

세 번째 고양이 마루는 엄마한테 버려져서 나비와 모리가 사는 집에 같이 살게 됐다. 하지만 한 번도 고양이와 함께 생활해보지 못해 고양이와 적응하는 방법을 몰랐다. 나비와 모리가 그루밍을 해줘도 항상 피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 끝에,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서 서로 가족이 되어 서로를 보살펴 주게 된다. 고양이들이 관계를 맺는 장면을 읽으면서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서로에 마음을 열어야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을 잃어도 서로를 냄새로 볼 수 있는 고양이들처럼 우리는 마음을 열고 어떤 식으로든 바라봐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느끼는 그 감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감동보다는 오히려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슬픔에 잠기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나는 상상조차 안 됐다.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이야기의 끝에서는 결국 슬픈 기억을 잊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지만, ‘슬픈 기억을 기쁜 기억으로 바꾸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김성언(남춘천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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