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은 세 선택지 중…시민투표는 ‘시 직영’ 빼고 ‘공공운영’과 ‘민간 위탁’ 중에
10명 중 8명, “공공운영 해야”…“시민 진의 무시된 채 효율성 우선할까” 우려도

춘천시 도시형폐기물종합처리시설(이하 환경공원)의 향후 운영방식에 대한 춘천시의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가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마련됐다.

환경공원과 관련하여 해고 노동자 문제, 춘천시의 쓰레기 포화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현재 환경공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한라산업개발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2020년 말 이후 민간업체에 다시 위탁할지, 시 직영이나 춘천도시공사 위탁 등 공공운영방식으로 전환할지를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앞서 춘천시청 시민주권담당관실과 시민공론화참여단은 환경공원의 향후 운영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7일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을 통해 시민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시민투표 결과, 오프라인 261명, 온라인 816명 등 총 1천67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오프라인 투표 결과 79.3%가, 온라인 투표 결과 85.9%가 공공운영방식을 택했다. 오프라인 70%, 온라인 30%의 기준비율로 합산 후 ‘공공운영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답한 시민 비율은 81.3%에 달했으며, ‘민간업체에 위탁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5%,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환경공원의 향후 운영방안과 관련하여 춘천도시공사 위탁 등 공공운영방식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재수 춘천시장.
지난달 29일 오후, 환경공원의 향후 운영방안과 관련하여 춘천도시공사 위탁 등 공공운영방식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재수 춘천시장.
지난달 29일 오전, 환경공원 해고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영희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중부일반노조 춘천지부장.
지난달 29일 오전, 환경공원 해고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영희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중부일반노조 춘천지부장.

21일에는 시민주권위원회 공론화분과위원회 및 시민공론화참여단이 투표 결과에 대한 회의를 거쳤으며, 25일에는 이를 바탕으로 시민주권위원회가 향후 환경공원 운영방식에 대해 공공운영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는 권고안을 의결했고, 28일 이를 시정부에 전달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입장 발표문을 통해 “시민주권위원회의 권고안과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춘천도시공사로의 전환 등 공공운영방식을 시행할 것”과 “그 이후에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이러한 결정과 발표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문제제기를 했다.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열린 세 차례의 시민토론회에서 5개 이해당사자 가운데 ‘해고 노동자’와 ‘현직 노동자’, ‘시민대책위원회’ 등 3개 이해당사자가 공공운영방식 가운데 ‘춘천시 직영’을 주장했지만,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하겠다는 이 시장의 발표는 공공운영방식 가운데에서도 ‘춘천도시공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용역 결과가 춘천도시공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왔고, 공공성에 관한 시민주권위원회의 논의도 시 직영을 전제로 했던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도시공사로의 전환이 공공운영방식에 매우 적합한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들이 모아진 것 같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실제로 원가산정 결과 및 그에 따른 효율성에 중점을 둔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춘천도시공사 위탁안이 1순위를 기록했으며, 민간업체 위탁안은 2순위, 시 직영안은 3순위였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투표보다 앞서 진행됐던 타당성 연구용역에서는 ‘도시공사 위탁’과 ‘민간업체 위탁’, ‘시 직영’ 등 세 가지 경우를 대상으로 한 반면, 시민투표 당시 선택지는 ‘잘 모르겠다’를 제외하면 ‘공공운영방식’과 ‘민간업체 위탁’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한 시민은 “공공운영 방식을 선택한 시민들의 의견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효율성만 따져 도시공사에 위탁한 뒤, 시민의 뜻으로 포장해버리는 것이 가능한 구조”라며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주권담당관실은 “‘시 직영’과 ‘도시공사 위탁’이 ‘공공운영방식’이란 틀 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고, 시민공론화참여단은 “시민들에게 큰 틀의 원칙은 질문하되, 구체적 방식은 시에서 현실 적용 가능성을 판단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환경공원 ‘해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춘천시 입장 발표보다 앞선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함과 더불어 춘천시가 환경공원을 직영할 것을 주장했다.

김영섭 강원지역본부장은 “이 시장이 약속한 9월 30일이 지나도 춘천시는 어떠한 약속 이행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31일 이 시장이 춘천시청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던 환경사업소 해고 노동자들을 찾아 최장 9개월 이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노정의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 시장에게 지난 8월 28일 면담요청을 했으나 이 시장은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이라 만나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공론화 과정이 마무리된 10월 22일 2차 면담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춘천시의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 시장은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공정하고 적법한 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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