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아(시인)
금시아(시인)

30년도 훨씬 전 언제였을 것이다. 처음 경춘선을 타고 들어오던 강변에는 심우도를 찾아가는 미로처럼  안개가 자욱했었다. 

어느 시인은 ‘태평한 하룻밤을 가지고 싶’어  ‘춘천 가는 길’에 오르고 어떤 시인은 ‘하늘이 가까운 땅 한 평에 깨금발로 서면’ 보이는 ‘청평사 가는 길’이다. 또 다른 시인은 ‘호수의 족적에 자신의 족적을 남겨놓기 좋은 날’ 청평사 가는 뱃전에서 목격한 허름한 한 사내를 쫓아 ‘심우도에 들’어가는 길을 상상한다.

배를 타고 가든 길을 따라가든 그곳에 청평사가 있다. 검은 소에서 점점 흰 소로 나아가듯, 곧 오염된 성품을 점점 닦아 청정한 성품으로 나아가듯, 나는 심우도를 찾아 세 편의 시를 쫓아간다.

호수의 족적에 자신의 족적을 겹쳐 놓으면 우리는 자신의 본래 성품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안개는 자신의 청정한 본성을 간파한 세상의 미혹을 깨뜨리는 깨달음이란 애초부터 허락할 의도조차 없다. 

그렇지만 안개가 걷히고 나면 더욱 선명해지는 이치처럼 춘천, 청평사, 심우도의 꼭짓점은 회전문을 통과하며 윤회하는 우리 삶의 구도와 같지 않을까?

누구든 춘천 가는 길이라면 내처 청평사까지 가서 그곳에 서려 있는 역사와 전설을 시시콜콜 파헤쳐볼 일이다. 그런 다음 극락보존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삼면의 심우도 속으로 들어가 기어코 흰 소를 한 번 만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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