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기] 믿고 맡기기만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와 함께 자라기] 믿고 맡기기만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은 어디에도 없다
  •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 승인 201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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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11월은 대학입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있는 달이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도 그날을 기억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까닭은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즈음 새 학기를 위해 마음 졸이는 또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어린이집 입학을 앞둔 영유아들의 부모이다. 11월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재원확인을 하고 새 학기 반 편성을 준비한다. 입학을 위해 보육통합 정보시스템에 원하는 어린이집을 선택해 입소대기를 하고, 입학 가능여부를 확정받는 시기이다. 

사랑하는 어린 자녀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집을 고르는 일은 가족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더구나 어린이집 입소연령이 점차 낮아져, 만1세가 되기 전에 입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만 1세, 아기다. 주는 대로 먹고, 주어진 상황에 어떤 의견도 표현할 수 없이 그냥 지내야 하는 시기.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 부모는 저녁에 다시 아기를 만날 때까지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렵다. 

새 학기에 지낼 어린이집을 결정해야 하는 11월은 그래서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만큼이나 중요하고 마음 졸이는 때이다. 춘천에 있는 200여 개가 넘는 어린이집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를 하나라도 찾아내기 위해 맘까페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훑고, 어린이집에 관한 정보라면 길가다 듣는 이야기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기본적인 질이 보장되리라는 생각에 진작부터 입소대기를 넣어 두지만 입학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 입소점수로 지워지는 순위는 첫아이를 입학시키고자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너무나 오르기 힘든 높은 장벽이다. 지인을 통해 확보한 ‘괜찮은 어린이집’은 이미 새 학기 졸업으로 생기는 결원을 훌쩍 넘는 대기 줄이 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한 부모들은 아기를 안고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정보를 통한 어린이집 찾기에 실패한 부모들에게 좋은 어린이집 찾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일단 집 가까운 어린이집을 찾아 사전 약속을 하고 상담을 한다.

만0세, 1세라면 대규모의 어린이집보다는 집과 같이 안정적인 가정어린이집이 적당하다. 방문 상담하면 그 어린이집의 분위기를 직접 볼 수 있고 교사, 운영자와 만나 이야기함으로 내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집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입학을 결정하면 운영자, 담임교사를 신뢰해야 한다. 요즘은 많은 어린이집들이 ‘열린’ 어린이집 운영을 지향한다. 가능한 어린이집의 많은 부분을 공개하고, 도우미나 급식모니터링을 요청하며 부모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월차, 반차를 써서라도 그 시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매번이 어렵다면 한 학기 한번이라도 참여해볼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 뉴스는 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지만 극히 일부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의 교사, 운영자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출근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하고 교육하고자 노력한다. 불안한 부모들만큼이나 교사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생활한다. 우리 반 아이가 혹 넘어져 상처가 나지는 않을까, 두 돌이 지나 말을 시작하고 몸으로 하는 자기주장이 많아진 아이가 친구를 물거나 꼬집지는 않을까? 아이들이 모두 하원하기 전까지 화장실도 맘 편히 갈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부모와 교사, 어린이집 간에 신뢰를 형성한다면 그때부터 부모, 교사 모두 편안한 낮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어린이집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아니다. 그리고 부모들도 소비자가 아니다. 아이들은 물건이 아니고 보육도 상품이 아니다. 아이들은 고유한 개별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체이며 부모와 교사는 그 아이가 고유한 개별성을 충분히 드러내며 잘 자랄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게 손을 잡아야 한다. 부모와 교사, 운영자가 함께 세우고 가꾸어가는 양육공동체, 그 과정을 통해 교사도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숙해가는 그곳이 바로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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