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농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김금자 · ‘꿈마루 도서관 관장 김동윤

아파트단지를 비롯한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활성화나 문화·복지·교육 등 공익적 활동으로 주민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사업 중의 하나는 ‘작은 도서관’일 것이다.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지혜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람들은 가장 고상하고 품격 있는 활동으로 여긴다. 또 공간과 책만 있으면 별다른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시작할 수도 있다. 

실제 춘천에도 약 16개의 작은 도서관이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작은 도서관이 장밋빛 계획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름만 있을 뿐 거의 운영되지 않거나 운영되고 있다 하더라도 이용자가 거의 없는 도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저히 운영이 되지 않아 문을 닫고 다른 시설로 전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14일 사농현대아파트 ‘꿈마루 도서관’이 강원도 마을공동체 우수사례 발표 및 평가 대회에서 최우수상(2018년 사업 평가)을 수상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작은 도서관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어떻게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를 공동체 운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일어나는 시점에서 큰 시사점을 던질 내용일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춘천사람들》은 사업의 주체인 꿈마루 도서관 김동윤 관장과 사농현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김금자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 회장은 꿈마루 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고 했다.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면서 뚝딱 만들어졌거나 처음부터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낀 주민들이 뭉친 것이 아니어서다.

“원래 우리아파트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그런데 책은 있었다. 아파트는 10년까지 시공사가 하자 보수를 해 준다. 그런데 10년째 되던 해, 하자 보수를 마무리 지으면서 시공사 측에서 주민들을 위해 1천여 권의 책을 기증했다. 도서관은 없는데 책만 들어왔으니 놔 둘 곳이 없어서 입주자대표 사무실에 쌓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그대로 책을 썩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도서관을 짓자고 주장했다. 그렇게 우연히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입주자대표회의 김금자 회장(왼쪽)과 ‘꿈마루 도서관 김동윤 관장
입주자대표회의 김금자 회장(왼쪽)과 ‘꿈마루 도서관 김동윤 관장

2017년 뜻있는 몇몇 주민이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의했고 2018년 개관했다. 같은 해 강원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해 지원금을 받고 그 운영성과로 올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김 관장은 처음부터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을 기획했고 그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아파트 주민들이 아무나 들어와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 아파트의 특성상 책만 읽는 도서관보다는 소통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도서관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책 문화 사업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에서는 독서로 한정할 수 있겠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삶에서의 실천이다. 즉, 독서가 이론이라면 공동체 활동은 실기다. 따라서 충분히 도서관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요즘 시민학교라는 용어가 춘천에서 유행인데 학교에서 이론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적용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 꿈마루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수업과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취학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청소년, 성인, 어르신을 위한 소규모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 되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 운영을 해보니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느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고 사람들의 기호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일단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참여해서 무언가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은 반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프로그램은 참여도가 낮았다. 성인은 확실히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그래서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봉, 코바늘, 우쿨렐레, 동화 구연 등 주민들의 기호에 맞춰 개설했다.”

정말 독서실 구석에는 어울리지 않게(?) 의상디자인용 마네킹이 세워져 있었다. 이렇게 활발히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데에는 꿈마루 도서관만의 독특한 네트워킹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내 크고 작은 어린이집이 모두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나서서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류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도서관도 어린이를 통해 주민들의 관심을 얻는 상생의 구조다. 서로 다른 어린이집을 다니지만 도서관에서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부모님들끼리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도 어느 정도 얻었고 그간의 성과도 인정받았지만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들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취약한 재정 문제다. 강원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되어 2년(2108년, 2019년) 지원을 받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지원이 불투명하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은 인건비다. 오래된 도서관은 100% 지원이 되지만 우리처럼 신규 도서관은 60% 밖에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 또 마냥 지원만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후원자를 모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 외에도 자원봉사자 모집과 이용자 관리에서도 어려움을 느꼈다. 봉사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봉사자분들은 주말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 이용하시는 분들 중에 간혹 터무니없는 불만을 제기할 때가 있다. 봉사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회의감이 느껴질 때도 가끔 있다. 이런 문제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 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민들의 생활방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면 더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대면대면하던 주민들끼리 서로의 아이를 챙기고, 모여서 대화를 하고, 따로 모임을 갖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게 우리 도서관이 만들어진 취지였고 존재목적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개인적으로 층간소음 때문에 무척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 든 생각이 아파트는 ‘이해와 소통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꿈마루 도서관이 아파트를 진정한 의미에서 함께 사는 공간으로 바꾸는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현재 작은 도서관 설립을 꿈꾸는, 혹은 작은 도서관이 있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무리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물며 개인적인 일도 그런데 공동체의 일은 더 그렇다. 무턱대고 ‘저런 사업 좋은데 해보자’라는 식으로 해서는 힘들다. 충분한 조사와 함께할 사람들을 구하고 실행하면 시행착오가 덜 할 것이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와 뜻을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쪼록 춘천 내 아파트가 인간적인 삶의 터전으로 변화하기를 기원한다.”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