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이 창간 네 돌을 맞았습니다. 남들은 ‘겨우 네 살?’이라며 위태위태한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조합원님들의 성원과 참여, 협동을 믿는 우리는 넉살 좋게 나아가려 합니다. 네 돌을 기념하고자 네 명의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춘천사람들》과 춘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편집자 주

《춘천사람들》 입사 전·후 신문에 대해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성다혜  입사 전에는 춘천에 뉴스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기자들이 취잿거리를 어떻게 찾는지 궁금했다. 시청, 도청 그리고 여러 기관과 단체의 소식이 기본이 되고 《춘천사람들》의 조합원들이 수시로 제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점은 춘천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것에 매력을 갖게 됐다.

홍석천  입사 전에는 신문은 일간지, 신문기사는 사건·사고 기사가 생각났다. 주간신문이라는 존재 자체가 생소했고 매일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루지 않는 신문에서 어떤 뉴스가 기사화 될 수 있는지 예측 못 했다. 지금은 속보성 기사 외에도 정치·경제·문화·복지·환경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용준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입사 후에 잘 알게 됐다. 뉴스라는 것이 육하원칙으로 정보만 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취합해서 ‘어떻게’ 뉴스를 메이킹 할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춘천사람들》의 특징이자 장점은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 것이다. 나 역시 춘천에 기삿거리가 참 많다는 것에 놀랐다.

박종일  이 작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게 신기하다. 뿐만 아니라 나를, 우리를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저 작고 조용한 도시인 줄 알았는데 뭔가 꿈틀대는 에너지를 느꼈다. 《춘천사람들》이 할 일은 그 에너지가 좋은 방향으로 분출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로 나타나도록 응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좌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종일 기자, 유용준기자, 성다혜 기자, 홍석천 기자

춘천 곳곳에 고층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괜찮은가?

홍석천  춘천은 아파트가 남아도는 실정이다. 과공급의 가장 큰 원인은 3045정책(2030년까지 45만 명)에 기초했다는 점이다. 경춘 고속도로와 전철에 따른 인구유입에 기대를 걸었는데,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 정책발상의 근거가 빈약하다. 빨리 수정해야 한다. 오히려 도시의 매력이 사라져서 관광에도 도움이 안 된다. 관광정책과 인구증가 정책이 어긋나고 있다.

유용준  우선 춘천의 인구 늘리기 정책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오히려 성급한 아파트 건설로 인해 구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춘천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 지어진 아파트는 지역과 조화로운 그림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대규모 아파트 주변의 교통체증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다혜  춘천의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고 주거환경이 나아지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이 지역은 낙후됐으니 무조건 개발해야 한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자연과 환경 보존이 병행되는 개발을 지향해야 한다.

박종일  시가 바라는 대로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서 시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인구유입이 실효를 거두기 전에 아파트 건설이 너무 앞서가는 건 선후가 잘못됐다. 춘천의 관광 인프라에는 도시 자체의 경관도 포함되는데 수도권 다른 도시와 차이가 없어져 간다. 도시의 매력이 사라져 가고 스토리가 사라지는 도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2019년 주민총회가 마무리됐다. 평가를 내린다면?

홍석천  제안사업이 꽃길조성, 어르신·청소년들을 위한 일회성 행사 등 시의 사업과 차별성이 없다. 또 상당수가 민원성 사업이다. 주민만이 할 수 있는 안건을 마련하도록 교육하고 안건에 제한을 두는 장치도 필요하다. 희생이 따르지만 많은 주민이 흔쾌히 합의하는 사업은 어떨까? 예컨대 “우리 아파트의 공간을 개방해서 지역민들의 쉼터로 사용하게 할 테니 4천만 원으로 시설을 보강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 이런 사업 제안 말이다. 시가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으니 주민이 자발적으로 희생할 수 있다면 공동체가 함께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발적 희생이 반영된 사업만 받았으면 하는 이상도 있다. 그것이 가능할 때 주민총회의 진정한 의미가 생길 것 같다.

성다혜  지역주민들이 본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스스로 찾고 제안하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랐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토론과 협의가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용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 주민들이 결정했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타당한 건 아니다.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에서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원주민들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원수도 차이가 커서 꼭 필요한 사업이 밀리고 특정집단의 민원성 사업이 부각될까 우려도 된다.

박종일  상상력이 관건이다. 큰돈이 들어가거나 누구나 예상가능한 사업은 굳이 주민총회에서 제안할 필요가 없다. 결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시에서 생각조차 못 한 제안은 그래야 가능할 테니까.

문화도시 춘천 제대로 가고 있는가?

박종일  춘천에는 인형극, 연극, 마임, 닭갈비, 막국수 등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축제가 거의 일 년 내내 치러진다. 그것들이 지역 안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으로 널리 사랑받는가?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춘천만이 가능한 축제인가? 의문이 든다. 축제를 즐기는 젊은 인구도 많지 않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전철로 통학하거나 주말에는 대부분 돌아간다. 육림고개 같은 젊은 공간에서 춘천만의 새로운 문화가 자생적으로 피어나거나 외곽 마을의 오래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개발되길 바란다.

홍석천  막국수나 닭갈비 축제를 제외하면 지역의 자생적인 축제가 없다. 춘천의 삶과 역사에 뿌리 둔 획기적인 축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실제로 움집에서 머물며 선사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고인돌 페스티벌’, 그리고 맥국의 도읍지라는 점에 착안한 ‘우리는 맥국인이다’ 이런 축제는 어떨까? 다른 도시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축제 말이다. 또 닭갈비축제는 대학축제 먹거리 장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닭갈비 축제에 닭과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와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세계의 닭요리 레시피 탐방과 같은 인상적인 행사도 생각해볼 만하다.

유용준  전국의 각 지역 어디든 비슷하다. 크게 성공한 축제 자체가 적다. 축제 전문가가 없는 게 문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막국수축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메밀의 성장부터 막국수 만드는 과정까지 전부 숙지해야 한다. 또 축제의 경제적 성과가 일부 상인이 아니라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강촌이 관광명소로서 다시 명성을 되찾는 것도 춘천의 관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추가로 언급하고 싶다.

성다혜  춘천만의 특색 있는 축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타 시도에 사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는 축제가 없다. 이러다 레고랜드가 더 유명해지겠다. 한 후배는 닭갈비 축제에 와서 닭갈비만 먹고 즐길 프로그램이 없어서 바로 돌아가기도 했다. 축제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다. 

시의회 기명투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홍석천  다른 유권자들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은 점 이해한다. 하지만 특정 이슈에서는 분명한 목소리도 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할 때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얻을 것이다. 의원 개인의 입장이 유권자에게 명확히 드러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유용준  작년 시의회는 출범 당시 시민사회가 요구한 기명투표를 수용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각자의 소신이 공개되는 것보다 유권자나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조례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장의 재량으로 투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박종일  무기명투표가 시민들에게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당론이 정해지는 과정의 논쟁이 시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소신을 위해 무기명투표를 했다는 변명이 납득이 될 수 있다. 이상적인 건 당론의 유무와 상관없이 소신껏 기명투표를 하는 분위기를 시민사회가 꾸준히 압박해야 한다.

성다혜  무기명투표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도피처로 악용될 수 있다. 본인의 실제 의사와 달리 정치상황에 유리하도록 외부에 알려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이 된다. 그 과정에서 여론이 정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또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평가해보자.

성다혜  시가 가장 중점을 두는 대책은 1억 그루 나무심기 등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효과를 따지기 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클린로드 시스템 설치, 살수차 운영, 친환경차 보급, 대중교통 체계 개편 및 시설개선 등도 미세먼지 대책 중 일부이긴 하지만 효과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미세먼지 대책은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홍석천  중앙정부에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 시정부에서 해내기 어렵다. 나무심기부터 차량운행제한 등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이 비슷하다. 그만큼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반증이다. 그래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리더는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 해야 하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임시휴교를 더 유연하게 해서 아이들이라도 확실히 보호했으면 좋겠다. 

유용준 1억 그루 나무심기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실효성 없는 차량운행 제한이나 임시휴교 등의 대책보다는 각 가정에 공기청정기를 무상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이 낫다.

박종일  아이들이나 노약자를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벗어나는 순간 피해를 예방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여름에는 시내 여기저기에 무더위 쉼터가 있듯이 미세먼지를 잠시 피해서 쉴 만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정리|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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