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회혁신센터의 ‘텅 빈 놀이터’에 이은 놀이터 혁신 프로그램 2탄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놀이보다는 규칙을 만드는 놀이 할 수 있어야

지푸라기 멍석이 깔린 미끄럼틀을 타느라 바지 엉덩이가 터진 아이들이 비닐테이프로 바지를 대충 한 바퀴 감더니 또다시 미끄럼틀로 돌진한다. 지난 ‘팝업 놀이터’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지난 2일과 3일, 퇴계동 한 공터에서 행정안전부와 춘천시가 주관하고, 춘천사회혁신센터, 신나는협동조합, ㈜나누스페이스가 주최한 ‘하늘에서 뚝딱, 팝업 놀이터’ 프로젝트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이틀간 어린이 약 600명, 어른 약 400명, 총 1천여 명이 참가해 수치상으로도 성공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그랬다. ‘오르락 내리락 밧줄 놀이터’, ‘뒹굴댕굴 짚더미 놀이터’ 등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놀이터와는 전혀 달랐다. 휴대전화를 만지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고 짚더미를 들고 뛰고 나르느라 녹초가 되어 부모님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위) 조립식 목조 구조물에 밧줄을 엮어 놓았다. 아이들은 마음대로 밧줄을 더 묶어가며 놀이터를 만들었다. (아래) 아이들이 짚단을 옮기며 스스로 놀이터를 만들어가고 있다.사진 제공=춘천사회혁신센터
(위) 조립식 목조 구조물에 밧줄을 엮어 놓았다. 아이들은 마음대로 밧줄을 더 묶어가며 놀이터를 만들었다. (아래) 아이들이 짚단을 옮기며 스스로 놀이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춘천사회혁신센터
(위)아이들이 지푸라기로 만든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며 신나게 놀고 있다. (아래)조립식 목조 설치물에 여러 개의 해먹이 걸렸다.
(위)아이들이 지푸라기로 만든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며 신나게 놀고 있다. (아래)조립식 목조 설치물에 여러 개의 해먹이 걸렸다.

‘하늘에서 뚝딱, 팝업 놀이터’는 춘천시 소셜리빙랩 ‘텅빈놀이터’에 이은 리빙랩 성장사업의 일환이다. (주)나누스페이스 엄정은 대표는 “규칙이 정해져 있고 모든 것이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즐겁지도 않을뿐더러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놀이터에 나와서까지 친구들과 모여 앉아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놀이터가 심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나는 협동조합 최현희 조합원은 “공동육아를 하면서 논에서 들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존의 고정된 놀이터에서 벗어나 자기 책임으로 자유롭게 놀 수 있으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이동식 놀이터를 기획했다. 이번 팝업 놀이터에서는 규칙도 규격도 없었다. 어른들이 같이 놀아주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짚더미를 옮기며 스스로 무언가를 계속 만들었다. 아이들이 그러한 과정을 즐긴다는 점을 분명히 목격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부모들도 만족도가 높았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팝업 놀이터를 목격하고 참여하게 됐다는 한 시민은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정말 저런 짚더미 위에서 뛰어놀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춘천사회혁신센터 윤효주 팀장은 “기존의 고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유휴공간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팝업 놀이터로 꾸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놀이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시민이 주도하는 건강한 놀이 문화가 확산되고,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답했다.아이들은 분명 즐거워했고 새로운 놀이터를 준비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제 바통은 행정당국으로 넘어갔다.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