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전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에게 미치는 현실적 어려움도 감안해야
시 “습지 되살려 명소로”…주민 “40년 전부터 일군 마을 공용 경작지”

시유지인 신동 422-1번지에 방치된 약 18만㎡(5천 평)의 습지를 되살리는 사업에 대한 시와 주민 간 의견 차이가 확인됐다.

지난 8일 신동 올미경로당에서는 ‘2020 환경부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공모에 제출하기 위한 ‘신동 올미 생태습지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은 생태계를 훼손하는 개발사 등이 지급한 생태계 보전 협력금을 사용해 환경을 되살리는 사업이다.

시는 ‘신동 올미 생태습지 조성사업’을 통해 버려진 습지를 되살리고 마장천과 연결하여 우두동의 명소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습지에 수생식물원, 버들길, 징검다리, 관찰데크, 생태학습장, 원두막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찾아오는 장소로 만들고 개구리, 잠자리 등 동물의 서식지로도 기능하게 만들겠다는 등의 내용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환경 보전의 측면뿐만 아니라 마장천과 심금솔숲을 연결해 둘레길로 조성, 신동 일대의 지역적 가치를 높일 수도 있는 사업이다.

춘천시 신동 일대에 방치된 습지 일부.
춘천시 신동 일대에 방치된 습지 일부.

그러나 비록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문종석 올미마을 회장은 “습지만 관리하는 것은 괜찮지만 주변의 부지를 모두 이용하는 것은 찬성할 수가 없다. 연제 마을 공용 경작지로 쓰이고 있는 땅이다. 시에다가 임대료를 내고 여러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다. 40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당시 어르신들이 리어카에 흙을 싣고 삽으로 일군 경작지다. 아무리 시유지라지만 그러한 노력과 정성을 모두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위치가 좋아서 ‘애니고’, ‘방통대’ 등 여러 기관들이 들어오려고 타진한 적이 있었지만 집중호우 시 습지가 범람하기 때문에 포기했다. 건축물이 들어오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요즘에는 드론 방제를 일괄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일대에 모두 농약이 뿌려진다. 게다가 인근 논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곳이다. 비료나 농약에 오염된 물이 흘러갈 것임에 틀림없다. 생태공원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습지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습지다. 꼭 인위적으로 가꿀 필요는 없다. 또 신동의 가치가 오른다지만 땅값이 오르면 세금만 더 낼 뿐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는 똑같다. 비싼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농작물이 더 나오나?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고 하더라고 시에서 한다면 밀어붙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길종욱 환경정책과장은 “그렇지 않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의를 통해 일을 진행할 것이다. 시는 주민들을 위해 일한다. 경작지를 제외한 개발 방안이나, 습지만 조성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주민과 함께 고민하겠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다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설명회가 끝나고 담당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꼭 경작해야 하는 농경지의 경계는 어디인지, 주민의 입장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 같은 토지는 어디인지를 꼼꼼히 물었다. 문종석 올미마을 회장은 “무조건 반대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큰 시각에서는 필요하고 합당한 사업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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